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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코리아가 올해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 일찌감치 1위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강력한 라이벌인 BMW코리아가 대표세단 520d의 연이은 화재로 향후 판매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BMW코리아 단일 모델 중 판매비중이 제일 높은 520d이기에, 이번 결함은 전체 판매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가 520d의 결함에 울상을 짓고 있다. BMW코리아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520d 화재와 관련해 부품 결함을 시인하고, 10만대 이상의 대규모 리콜을 자발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리콜 대상은 2011년 8월 31일~2016년 7월 12일 생산된 520d 3만5115대를 비롯해 320d 1만4108대, 520d xDrive 1만2377대 등 총 10만6317대에 이른다.
520d가 매월 1000대 이상 판매실적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 세단이라는 점에서, 이번 리콜은 BMW코리아에 더욱 뼈아프다.
이번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게 된 쪽은 벤츠코리아다. 벤츠코리아 E200은 BMW 520d와 베스트셀링카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대표 차종이다. 그런만큼 벤츠 E200이 베스트셀링카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판매실적에 따르면 BMW 520d는 지난 6월 총 963대가 팔리며, 베스트셀링카 2위를 차지했다. 올해 1~6월에는 총 6706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벤츠 E200(6875대)에 이어 2위 차지를 지키고 있다.
예년 같으면 벤츠와 끝까지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터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벤츠의 독식 분위기로 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BMW코리아에 있어 520d 판매비중은 절대적이다. 올해 상반기 BMW코리아 전체 판매량이 3만4568대에 달했는데 그 중 약 20%를 520d가 맡고 있다. 520d에 이어 BMW 자체 판매 2위를 책임지고 있는 520d xDrive 상반기 판매량은 절반 수준인 3160대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리콜대상에 포함되면서, 전체적인 판매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베스트셀링 10위권내 BMW 모델 중 이번 리콜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차종은 8위를 지키고 있는 BMW 530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벤츠와 BMW와 최대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이번 사태에 내심 기뻐하는 쪽은 벤츠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판매량에서도 적지 않게 차이나는데 이번 일로 품질 이미지까지 앞서게 되면서, 당분간 벤츠의 독주체제는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BMW 차주 4명은 30일 서울중앙지법에 BMW 코리아와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화재를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으나 자동차 이용에 제약이 발생해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봤다는 내용으로, 소비자의 적극적인 손해배상 청구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