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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해외 투자자로부터 ISD(투자자국가소송제) 줄소송을 당하고 있는 가운데, 이통사 해외 주주들도 ISD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통사들은 자체 손해를 감수하면서 멤버십에 이어 데이터 및 로밍 요금제 개편을 잇따라 진행하는 등 사실상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상품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꿋꿋이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정부의 요구에 따라 선택약정할인율 상승(20%→25%), 취약계층 요금 감면 등을 실행함에 따라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 속 더이상을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SD는 지분 절반 가까이를 가진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이나 정책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해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투자 유치국의 규제나 정책 변화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손해로부터 외국인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엔 엘리엇 등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간 소송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 판결을 내릴 중재인이 다음달 선정된다. 앞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6억7000만 달러, 약 8600억 원 규모의 ISD를 제기했다.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추진 중으로, 법무부는 지난 26일 쉰들러가 제출한 투자분쟁 중재 의향서를 공개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업계는 이통사 해외 주주들의 ISD 전개 움직임을 높게 점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국내 이통사 외국인 지분은 SK텔레콤 약 43.3%, KT 49.0%, LG유플러스 46.3%까지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최근 '선택약정할인율 상향-보편요금제 추진-5G 주파수 경매 시작가 3조 3000억원 책정'에 이어 LTE 요금 원가 공개 결정에 직접 투자자 뿐 아니라 간접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이통사들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져 선택약정할인율 상승 도입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올 2분기 실적에서도 SK텔레콤 영업이익(3469억원)이 18.05%나 감소하는 큰 하락폭을 보였다.
일부 해외 주주들은 이번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행정소송 밖에 없다며, 'ISD 소송'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ISD 소송을 당할까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향해 "보편요금제 법제화로 이동통신사 주가가 하락하면 피해를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조심하셔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ISD가 본안 심사로 넘어갈 경우 투자자 승소율이 60%가 넘어 투자자 보호의 실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사실상 요건심사 후, 당해 심사 청구가 적법한 것으로 인정돼 청구 내용에 대한 실질적 심리를 하는 본안 심사로 넘어갈 경우 투자자에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는 정부가 이통사 해외 주주들의 소송 전이 임박했음을 인지, 더 이상의 과도한 재량남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ISD 소송 사례를 살펴봤을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부의 행정조치와 규제가 법률 요건을 충족했는지, 또 투자자에게 합리성을 기반으로 예측 가능성을 제공했는지 여부"라며 "현재와 같이 정부의 과도한 통신시장 개입과 무분별한 규제로 시장 변동이 있을 경우, 이통사 해외 주주들의 행정소송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작금의 행태를 볼 때 보편요금제 등 추각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정부가 ISD로 제기된 배상요구 금액만 1조 원이 넘는다. 정부는 통신시장의 과도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