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정보 조차 "협의해야"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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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석탄 반입 의심 진룽호 7일 출항
8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른 것으로 의심되는 벨리즈 선적의 '진룽'호가 무연탄 5000t을 내리고 7일 오후 포항 신항을 출항했다. 8일 밤 출항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애초 신고된 출항 일시는 7일 오후 5시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소리방송(VOA)과 자유한국당 '북한 석탄 대책 TF' 단장인 유기준 의원 설명을 종합하면 진룽호는 지난 4일 오전 9시25분쯤 포항 신항 제7 부두에 배를 댔다. 지난 1일 러시아 연해주 남쪽 나홋카항을 출발한 진룽호는 북한산 석탄을 실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진룽호는 지난해 10월27일 동해항에 석탄을 반입한 후 지금껏 20차례 국내에 들어왔다.
유 의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에 따르면 제재위반 행위에 관여했던 선박이 자국 항구에 입항하면 나포·검색·억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 7일 관계 기관의 선박 검색 결과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혐의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진룽호가 이번에 러시아산 석탄을 싣고 들어왔다"며 "관련 도큐먼트(서류)를 통해 1차 확인했고, 아직 혐의가 발견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의혹에 대해선 관계 기관에서 전반적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진룽호는 이미 포항 신항을 떠났다. -
항만 입출항을 관리하는 해수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등과 관련한 조사업무는 관세청이나 국정원 소관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입항 24시간 전에 신고가 들어오면 세관 당국도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등과 관련해 억류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선박에 대해 조처한다는 설명이다. 해수부는 입항관리만 할 뿐 석탄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한 조사는 관세청이나 국정원 등이 쥐고 있다며 거리를 뒀다.
일각에선 정부 관련 기관들이 민감한 사안인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해 교차 점검 대신 부처 칸막이만 강조한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수부의 소극적인 태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해수부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을 국내 반입했다는 의심을 받는 파나마 선적 '스카이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글로리'호가 각각 인천과 포항으로 입항한 이후 범정부 회의를 주도하며 대북제재 지정 선박의 입항금지를 논의했다. 해수부는 유엔 안보리가 선박 4척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함에 따라 해당 선박에 대한 입항금지 조치를 논의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스카이엔젤호 등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당시 논의했던 추가 제재 대상 선박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스카이엔젤호 등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추가 조치 전후로 입항 신청을 했는지에 관해서도 해수부는 같은 이유를 들어 답변을 미뤘다.
지난해 10월 초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했다며 전 세계 모든 항구 입항을 금지한 4척의 배는 페트렐 8호, 하오판 6호, 통산 2호, 지선호 등이다. 이는 VOA 등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해수부가 외교부 등과 굳이 협의할 필요가 없는 사항이다.
일각에서는 항만 입출항을 관리하는 해수부가 관세청 등과 협업해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도 있는 대북제재 대상 선박을 색출하기보다는 외교부 눈치를 보거나 세관 당국에 업무를 떠넘기기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