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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계륵 같은 존재인 CJ헬로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덩치를 키워 자체 경쟁력을 높이느냐, 매각을 통해 깔끔하게 처분하느냐를 놓고 결론을 못내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혼란만 커지는 양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한다고 지난 23일 밝힌 이후 주가는 8740원에서 78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4거래일만에 10.8%포인트가 급락한 것이다.
CJ헬로의 자체 경쟁력을 키워보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싸늘하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KT 30.5%, SK브로드밴드 13.7%, CJ헬로 13.1%, LG유플러스 10.9%, 티브로드 10.2%, 딜라이브 6.5% 등이다.
CJ헬로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 19.6%로, 단숨에 2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한 것은 시장에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즉, CJ헬로가 몸집을 키워서 자체경쟁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2016년처럼 SK텔레콤이나 아니면 LG유플러스에 매각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인수합병 호재를 기다리고 있던 주주들은 CJ헬로 주식에 매력을 잃은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CJ헬로의 딜라이브 인수 검토 카드는 현재까지 흥행에 실패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CJ그룹 차원에서 CJ헬로에 대한 큰 그림이 확실하게 정해졌다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CJ그룹 관계자는 “오너가 큰 그림을 보고 CJ헬로의 처리 여부를 결정하기 보다는 스텝바이스텝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며 “우선은 CJ헬로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딜라이브 인수를 통해 CJ헬로가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검증된다면 덩치를 더 키울수도 있고, 딜라이브 인수 이후에도 CJ헬로 경쟁력이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CJ그룹은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그레이트 CJ' 비전을 목표로 활발한 M&A를 추진하고 있다.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M&A가 필수적이다. 경쟁력 있는 계열사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그렇지 않을 경우는 매각이 가장 빠른 대안이기 때문이다.
한편, 2016년 7월 CJ헬로가 SK텔레콤에 매각될 계획이었으나, 공정위가 독과점을 이유로 막아서면서 딜이 무산된 바 있다. 이후에도 LG유플러스 등 CJ헬로를 인수하려는 업체들이 거론되면서 CJ헬로에 대한 매각 이슈는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