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行 유력… 롯데홀딩스 주주와 경영진 만나 신뢰도 회복 목적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 재개 위해 현지점검 전망도
  • ▲ 신동빈 롯데 회장이 5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신동빈 롯데 회장이 5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말이다. 그는 5일 오후 5시20분께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이같이 밝혔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이를 통해 지난 2월 13일 구속된 이후 234일만에 석방됐다.

    신 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소회와 향후 계획 등을 짧게 언급한 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동해 주요 경영진과 현안 점검 등을 위한 긴급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이 석방됨에 따라 그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는 신 회장이 일본이나 인도네시아를 찾아 그간 챙기지 못했던 현안과 프로젝트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잠시 휴식을 가진 후 일본으로 출국할 가능성이 높다”며 “구속수감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한 만큼 현지에서 주주들을 만나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6월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상정한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 등을 표결했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법원에 보석을 신청해 주총에 참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사실상 보석 신청을 거부하면서 일본으로 떠나지 못했다.

    신동빈 회장은 주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다섯번째 표 대결에서 이겼다.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어 일본 경영진과 주주 등에게 다시 한번 본인이 건재함을 나타내야 한다.

    인도네시아로 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앞서 신 회장의 부재로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신 회장이 현지를 찾아 부지를 확인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건설이 재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의 석방 후 행보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우선 글로벌 사업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경영현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금출연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피해자라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 자금출연을 요청한 만큼 기업인인 신동빈 회장이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