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지난달 수자원공사에 재가동 지시… 국민에게 알리지 않아남북연락사무소 1천~2천t·개성주민에 1만5천t 공급… 통일부 "제재 위반 아냐"
  • ▲ 개성공단 일대 모습.ⓒ연합뉴스
    ▲ 개성공단 일대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지난달부터 수천만원을 들여 개성공단 정수장을 다시 돌리고 북한 주민에게도 용수를 공급하면서 이를 쉬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태도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히 살아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 경제협력을 준비하면서 과속 움직임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통일부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지난달 14일 문을 열면서 생활용수와 먹는 물을 공급하려고 개성공단 정·배수장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2년7개월여 만이다.

    통일부는 연락사무소 개소 2일 전 정수장을 위탁운영 하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에 재가동을 주문했고 수공은 현장에 직원 6명을 배치했다.

    개성공단 용수는 개성 북측의 월고저수지에서 끌어온 물을 정수장에서 걸러 사용한다. 수돗물 공급량은 전체 6만t쯤으로 알려졌다. 수돗물은 남북 합의에 따라 개성공단은 물론 개성 주민에게도 1만5000t쯤을 공급했다. 정수장 재가동으로 개성시에 대한 수돗물 공급도 재개된 상태다.

    통일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하루 1000~1200t쯤을 연락사무소 등에 공급하고 1만5000t쯤은 개성시에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수공 설명으로는 연락사무소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시설을 일부만 돌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체 시설을 가동해 개성시에는 개성공단 폐쇄 전과 같은 수준의 용수를 공급하는 데 비해 정작 연락사무소의 공급·사용량은 생산량과 비교할 때 작은 규모다.

    개성공단 정수장 규모의 시설을 가동하는 데는 연간 10억원쯤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평균 8000만원 이상이 지출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정수장 가동의 목적과 달리 사실상 혜택을 개성 주민이 본다며 배보다 배꼽이 크다거나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수공 관계자는 일정 기간 용수를 실어나르는 방법에 대해 "(비교되는) 소요 비용은 잘 모른다"면서 "다만 남측지역이라면 하루 수십 회라도 (물차가) 들어갈 수 있지만, (개성공단은) 여건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물 자체는 북한 물이고, 수돗물 생산도 남측 인원이 사용하는 목적이므로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물을 걸러낸 뒤 일부 부산물을 남북 합의에 따라 개성 주민에게 공급하는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연락사무소에 대한 물자와 장비, 관련 시설물의 활용은 연락사무소의 원활한 운영과 인원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제재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물 공급이 남북 합의에 근거하는 상황에서 우리 측이 개성시 물 공급을 중단하면 북이 월고저수지의 물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고, 개성 주민이 생활용수를 개성공단 정·배수장에 의존하는 만큼 인도적인 차원도 고려했다는 게 통일부 입장이다.

    그러나 정수장 가동에 적잖은 비용과 자원이 들고 실질적인 혜택도 북측이 누리는 데다 대북제재와 무관하다면서 언론 보도가 있기 전까지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점 등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 경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속도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국민에게 (정수장 재가동 배경과 내용을) 충분히 알릴 수 있게 PG(언론대응지침)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