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동차 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완성차들의 실적이 올해 들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요 둔화, 원달러 환율 하락과 신흥국 통화 가치 약세 등의 경영환경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 및 품질경쟁력 저하, 리콜 등에 따른 일시적 비용, 정부의 규제와 미흡한 정책적 뒷받침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 가능성도 남아 있어 불안감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데일리경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와 무엇이 문제인지를 짚어보고, 위기 극복을 위한 타개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절벽 앞에 서 있는 심정이다. 한 발짝 더 가면 떨어질 것 같다.”
한 자동차 부품 관련 협력업체 대표의 한탄 섞인 말이다. 올해 자동차 부품업계는 여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 실적이 악화되면서 그 충격이 1차·2차·3차 부품 업체까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내달 1일부터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에 1조원 규모의 우대 보증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원대상은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로 신용보증기금이 7000억원, 기술신용보증기금이 3000억원 지원한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인천남동공단에 위치한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금융 지원은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결국 사업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자동차 산업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가 줄고 매출이 떨어지는 가운데 사업을 지속할려면 대출로 버텨야한다. 설비투자는 고사하고 설비를 담보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고 하소연 했다.울산에 공장이 있는 다른 부품업체 관계자는 “1조원이라는 금액이 커보이지만 전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이를 나눠서 사용한다면 실제로 업체가 체감하는 것은 미미한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경영난은 국내완성차 판매 부진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289만9556대로 전년대비 8.4% 감소했다. 2011년 460만대를 생산했던 국내 완성차 업계는 지난해 생산량이 410만대에 그쳤으며 올해는 400만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동차 생산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부품업체들의 매출과 이익도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됐다.
현대모비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4622억원으로 전년대비 15% 줄었으며, 현대위아 영업이익은 96억원으로 전년대비 36.2%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한 1차 협력부품업체 89개사 가운데 42개사가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28개사는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0.9%에 그쳤다.
자동차 부품업계의 경우 1차·2차·3차로 이어지는 협력사들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1차 부품업체가 도산할 경우 그 여파는 2차, 3차 협력업체들까지 퍼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 침체는 철강, 화학 등 연관산업에도 피해를 끼친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그나마 철강의 버팀목이었던 자동차 산업이 침체하면서 수주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가전 제품의 경우 삼성, LG 등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수요가 끊겼으며, 조선산업은 몇 년 째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며 “다들 팔 곳이 없어 난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경제도 타격이 크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4분기 부산 지역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84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1년 4분기 이후 29분기 동안 단 한번도 기준치인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회복을, 그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이 중 자동차 부품업의 경기 전망지수는 68로 1차금속업(65)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산 녹산산업단지에 입주한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공장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단지 내가 갈수록 한산해 썰렁하다”며 “임차료 낼 돈도 없어 허덕이는 업체가 부지기수며, 부도를 내고 야반도주 하는 업체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