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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피자다움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요. 미스터피자다운 피자를 내놓으면 고객들이 다시 봐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천연발효종 도우라고 믿습니다. '미스터피자는 이런 시도도 하는구나'에서 시작하는 거죠. 그러면 고객들이 조금 다른 시선으로 미스터피자를 봐주지 않을까요."
국내 피자 시장을 선도하던 미스터피자는 각종 위기 상황을 맞아 고전해왔다. 가맹정과의 분쟁 등 피자 시장의 트렌드가 완전히 뒤바뀌며 미스터피자 신화는 빛을 잃었다. 화덕피자 레스토랑에 내점 고객을 뺏긴 미스터피자는 가맹점 매출 보전을 위해 각종 시도를 했지만 재기는 쉽지 않았다. 이달 초 미스터피자는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미스터피자가 지난 1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선보인 ‘천연발효종 넣은 생도우’. 이 도우가 탄생한 미스터피자 서초 R&D센터에서 8일 한재일 MP그룹 R&D팀장을 만났다. 그의 손 끝에서 탄생한 28년만의 도우 교체, 거기엔 미스터피자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한 팀장은 "6개월가량 도우 개발에 매달린 끝에 탄생한 천연발효종 생도우는 소화를 편하게 해주는 도우"라며 "쉽게 말해 원래 도우 반죽에 들어가던 구성품에 발효 요거트 등 재료가 더 들어가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미스터피자가 내놓은 천연발효종 생도우는 기존 도우에 비해 원가가 높다. 하지만 도우를 가맹점에 제공하는 가격이나 소비자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 미스터피자로서는 손해를 감수하고도 도우 업그레이드를 시도한 것이다.
한 팀장은 "사실 소비자들은 잘 인지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색이 바뀐 것도 아니고, 도우에 집중해서 먹는 사람도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겉은 바삭하고 안은 쫄깃한 식감이 최대 장점이며 먹었을 때 유산균이 소화효소를 자극시켜 소화를 돕는다"고 전했다. 그는 "직원들끼리는 '소화제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며 "매일 최소 2판씩 먹어야 하는 직원들로서는 소화가 잘 된다는 점이 확실히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천연발효종 생도우는 사실 개인 식음업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우다. 대량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스터피자가 이 대량화 시스템 구축에 성공, 천연발효종 생도우를 미스터피자에서 편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유통기한 역시 기존 도우와 같은 '제조일로부터 10일'로 안정화시켰다. 사실 유산균 자체는 저장성이 더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팀장은 "사실 색만 바꾸고 효능이 있다고 하는 마케팅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효능을 주자고 생각해 천연발효종 도우를 택했다"며 "사실 인건비, 상품 가격 때문에 못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도우에 보수적일수밖에 없다. 미스터피자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우 변경은 가맹점의 반발을 사기 쉽다. 미스터피자 입장에서도 과거 도우를 한번 변경했을 당시, 가맹점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도우 변경은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 팀장은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신제품 광고 때 도우를 더 광고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아직까지 컴플레인이 들어온 적 없다"고 전했다.
한 팀장은 12년간 미스터피자에 몸 담았다. 미스터피자의 밝고 어두운 시간을 모두 함께 지낸 셈이다. 한 팀장의 손 끝에서 미스터피자의 대표 피자 '게살몽땅'도 탄생했다. 물론 크게 히트를 치지 못했던 제품도 있었지만, 한 팀장은 그간 미스터피자의 '아이덴티티'는 지켜왔다고 자부한다. -
한 팀장은 이런 '미스터피자다움'이 매니아 고객층을 지켜줬다고 믿고 있다. 그는 "가격을 올려놓고 할인, 프로모션을 뿌리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라며 "천연발효종 도우처럼 앞으로도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실현해 질 좋은 식재료를 집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미스터피자는 미스터피자만의 색이 있다"며 "그걸 좋아하는 분들한테는 아직까지 미스터피자가 먹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팀장은 미스터피자가 R&D팀을 '믿어주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못 믿으면 압박을 할 수밖에 없지만, 부서 특성에 맞게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부족한 것 없게 R&D팀을 믿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스터피자는 천연발효종을 도우 반죽에 섞어 최소 72시간 저온 숙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우는 매장에서 77번의 수타로 펴내는 작업을 통해 피자로 만들어져 고객에게 제공된다. 앞서 미스터피자는 국내 피자시장에서 수타도우를 대중화시키는데 성공하며 수타도우 1세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엣지에 집중했던 2세대 도우 시대에서는 피자를 찾는 고객 다수가 여성인 점에 착안, 쿠키나 페스츄리 등 특화된 엣지를 발빠르게 선보인데 이어, 달콤하고 부드러운 고구마무스를 더한 ‘골든엣지’로 대박을 터트리며 도우엣지레시피의 판도를 바꿨다. 미스터피자는 이번 '3세대' 천연발효종 생도우로, 다시 한 번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