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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KT가 딜라이브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통사와 딜라이브간 매각 가격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통사들은 8000억원을 부르고 있지만, 딜라이브는 1조원을 상회하는 가격을 요구하고 있어, 관련 인수전이 올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딜라이브 인수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딜라이브 인수전에 SK텔레콤을 유력 매각 후보군으로 점쳐왔다.
SK텔레콤과 호주계 사모투자펀드(PEF)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MIRA-Macquarie Infrastructure and Real Assets)은 최근 ADT캡스를 인수한데 이어, 국내 최초 '휴대폰 리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때문에 맥쿼리 그룹이 딜라이브 지분을 약 30% 가지고 있는 만큼 인수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변수는 KT다.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전에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케이블TV(MSO) M&A는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사업다각화를 위해 검토 중"이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 지난 6월부터 관련 사안이 꾸준히 거론되 왔지만, 연말까지도 구체적인 세부실사 얘기가 들려오지 않고 있어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통사들은 8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딜라이브는 1조원 가량을 부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딜라이브 가입자는 약 205만명. 이통사들은 딜라이브의 가입자당 가치를 '39만원'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반해, 딜라이브는 자사의 가입자당 가치를 '48만원'을 주장하고 있다.
딜라이브는 현 대주주인 채권단이 투자한 금액이 약 1조3000억∼1조5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했으며, 몇해전 보다 기업 가치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1조원 밑으로는 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딜라이브는 2016년 당시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채무를 불이행하면서 신한은행, 국민연금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가입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케이블 시장과 딜라이브의 시장 점유율(6.54%, 케이블 3위)을 고려하면 1조원이 넘는 인수 가격은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 M&A를 추진했을 당시 인수가가 약 9000억원(가입자당 45만원)임을 감안했을 때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다.
KT의 딜라이브 인수 주체가 되고 있는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는 8000억원 수준도 부담이 큰 상태다. 회사 내부에선 화사채 발행 등으로 원금 및 이자 등에 따른 재정난이 올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스카이라이프의 신용도를 고려해 볼 때 3%의 이자율이 예측되는 등 회사채를 최대 4000억원으로 잡았을 때, 원금을 포함해 매년 120억원 가량의 이자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금리에 따라 이자율이 올라갈 수도 있는 만큼, 그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서로의 입장차가 큰 만큼 딜라이브 인수전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딜라이브는 지난해 출시한 OTT 서비스 '딜라이브 플러스'의 판매가 증가하는 등 IPTV의 공격적 영업 속에서도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아울러 2년 연속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순증으로 수익성 개선을 지속하고 있어, 굳이 가격을 내리면서까지 매각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통사들은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 M&A를 추진했을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딜라이브 인수에 접근하고 있는 만큼,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금액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세부실사 등이 진행되지 못해 해당 논의가 지지부진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