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국 금융시장 혼돈 지속…주가·채권·환율 모두 하락세"과거 불안 사례보다 심각성 적지만 장기화 지속 우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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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취약국 중심의 금융불안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신흥국의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주가, 금리, 환율 등 모든 지표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흥국 금융시장은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고 채권에 대한 가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등 불안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의 경우 지난 2월 약세국면으로 전환한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주가는 올해 2~10월 중 23.4% 하락했으며, 최근 수준의 경우 2010년 이후 장기 평균을 밑돈다. 

    채권시장도 신흥국 채권에 대한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외환시장에서도 해외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뚜렷해진 상황이라고 한은은 내다봤다. 

    환율의 경우 10월 말 기준으로 2월 초와 비교 시 14.4% 하락해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신흥국에 대한 해외자본 유·출입 상황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순유입 규모가 올해 들어 대폭 감소했다.

    한은은 신흥국 금융불안이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에 의해 촉발됐으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세계교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을 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신흥국 전반으로 금융불안이 퍼졌던 과거 사례보다는 현재 심각성이 덜한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당초 전망경로를 따르면서 기초경제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요 아시아 신흥국으로의 금융불안 전이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지속기간 측면에서는 6~9개월 이내에 불안요인이 해소되면서 안정을 회복했던 과거 사례와 달리 장기간에 걸쳐 지속하는 만큼 미국의 인상 기조와 함께 취약국 중심의 신흥국 불안이 반복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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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올해 정책금리를 지난 3월, 6월, 9월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이 기간에 시장금리도 정책금리 인상분만큼 상승했고, 시장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약세 기조였던 미 달러화도 올해 4월 이후 강세 기조로 전환했다.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에 이미 유입된 해외자본의 유출압력을 강화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무역분쟁은 세계교역과 투자 감소,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으로 원자재 및 중간재 수출이 많은 신흥국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IMF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 인상 및 자산매입축소 등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한 신흥국 자본 유출 규모가 2018년~2019년 중 9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은 이번 금융불안을 과거 사례와 특징을 비교했을 때 금융지표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지만 국가별 차별화가 심화됐으며, 가장 오랜 기간 지속하고 있는 특징을 나타낸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은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지만, 중국 경기 둔화 리스크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현실화될 수 있어 부정적 파급 영향이 상당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부문의 양호한 건전성 등으로 대외리스크에 대한 위험 노출도는 낮지만, 대외부문의 잠재적 리스크가 작지 않으므로 신흥국 금융불안의 전개과정에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불안의 특성상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진행 과정이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 신흥국에 대한 대출, 투자 등 위험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