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이 북미지역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결정하면서 한국지엠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 내부에서는 군산공장 폐쇄와 R&D 법인 분리 수준에서 구조조정 풍파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GM이 북미지역 공장 5곳을 폐쇄하고, 1만47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내년말까지 북미 이외 국가에 위치한 공장 2곳도 추가로 중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60억 달러(약 6조7000억원)의 비용절감으로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GM의 결정에 미국 현지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법적 조치 등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고용 창출에 주력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GM에 많은 압력을 넣을 수 있다며, 압박에 나서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문제는 GM의 구조조정이 한국지엠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여부다.
내년 말까지 북미지역 이외 2곳의 공장을 중단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평공장이나 창원공장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무엇보다 GM 전체적으로 비용절감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한국지엠 노조의 인건비 상승 요구는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R&D 법인 분리로 노사가 크게 충돌했던 터라 이번 구조조정이 한국지엠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미 군산공장 폐쇄가 이뤄졌기에 추가적인 공장 폐쇄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와 향후 10년간 국내 투자와 생산을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철수설이 재점화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약속했던 10년은 지켜질 것으로 생각되며, 추가적인 공장 폐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각이 높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의 구조조정은 전 세계 공통된 사항으로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큰 흐름에서 한국지엠도 특정 시점이 되면 수면 위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미 예견된 수순으로 봐야 한다"며 "R&D 법인 분리나 희망퇴직 등이 철수를 염두한 과정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GM도 한국시장에서 철수 결정을 내릴 시기가 다가오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공교롭게도 한국지엠은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뉴 말리부 출시 및 시승행사를 진행 중이다. 신형 말리부를 통해 침체됐던 내수 판매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해야 할 시기에 GM 본사의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은 힘이 빠지는 악재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