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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권에 여풍이 불고 있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을 일컫는 ‘유리천장’을 깬 여성임원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어서다.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에서는 여성 임원 비중이 크게 늘어 임원 인사를 앞둔 타 보험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2월 현재 기준 삼성화재의 여성임원 수는 5명(남대희 전무, 최성연 상무, 조성옥 상무, 오정구 상무, 강윤미 상무)으로 전체 임원(55명)의 9.09%를 차지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말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고졸 출신의 여성임원을 발탁했다.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오정구 단장(서울 송파지역단장)은 1987년 대전 대성여상을 졸업하고 삼성화재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해 31년간 근무한 인물이다. 입사 후 총무 업무를 주로 담당하다가 2003년 지점장 승진 후 15년간 영업전선에서 뛰면서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고졸 출신 여성을 임원으로 발탁해 조직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성별과 학력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른 인사 철학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강윤미 변호사도 준법감시인 상무로 여성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까지만해도 삼성화재의 여성임원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삼성화재의 전체 임원 59명 가운데 여성임원은 2명 뿐이었다.
삼성화재는 올해 2월 최성연 상무를 임원으로 선임한데 이어 최근 여성임원 2명을 신규 선임하면서 여성임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2배 이상 늘었다.
삼성금융계열사 맏형 삼성생명의 경우 올해 12월 현재 전체 임원 64명 가운데 여성임원은 3명으로 여성임원 비중은 4.7%를 나타냈다.
통상 기업 인사에는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보험업계는 금융권에서도 유리천장이 두터운 곳이다.
손해보험업계에선 자산규모 상위 10곳 중 6곳이 5년간(2013년~2017년 말) 여성 임원이 한명도 배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 초부터 여성 인력을 등용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여성 차별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다 보험사는 여성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형평성 있게 ‘능력위주’의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삼성화재가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을 선임한 것도 철저한 성과주의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올해 초 현대해상에서는 창립 63년 만에 최초로 여성 임원이 탄생했으며, KB손보도 올해 초 2명의 여성 임원을 선임했다. KB손보는 정기 인사를 통해 여성 관리자인 부장급까지 포함해 총 7명을 선임했으며 2020년까지 전체의 20%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종에 비해 보수적인 보험권에서 유리천장이 두텁다는 지적이 많다”며 “보험사들이 여성임원을 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년 인사에서도 여성 인력이 늘어날지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