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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술도입(License-Out)의 강자로 부상하면서, 기술수출(License-In)을 노리는 국내 바이오벤처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과 협업한 바이오 기업은 코오롱생명과학, 바이넥스, 앱클론, 에이치엘비, 에이비엘바이오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협업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기술이전이다. 중국이 기술도입 주체로 부상하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이 중국에 기술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7월 중국 하이난성 의료기관과 2300억원 규모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의 기술수출을 마쳤다. 의료특구로 지정된 하이난성을 통해 예정대로 내년에 인보사를 출시한다면, 실적 개선은 물론이고 중국 전체로 확장시킬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넥스는 지난 10월 중국 즈언제약과 항체바이오시밀러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즈언제약은 충칭시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성장하는 충칭의 대표기업이자 개발·임상·허가·판매까지의 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즈언제약이 중국 내 개발·임상 비용을 부담하고, 자체 임상센터 병원에서 제품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중국 내 상용화가 빠르게 추진될 전망이다.
앱클론은 지난 11월 위암·유방암 항체신약 'AC101'을 중국 푸싱제약의 자회사 상하이 헨리우스 바이오텍에 기술수출했다. 상하이 헨리우스 바이오텍은 현재 6개의 바이오시밀러 항체의약품과 7개의 항체신약 의약품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앱클론은 이번 기술이전을 통해 흑자 전환의 토대를 마련하는 등 선순환의 수익구조를 실현할 계획이다.
자본과 영업·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국내 소규모 바이오 벤처의 경우 기술이전을 통해 '차이나머니'를 벌어들여 신약 개발·연구(R&D)에 투자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자금 조달 방식이 될 수 있다.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을 중국 기업에 기술이전하는 대신 판권을 중국으로 제한하고, 임상시험의 속도를 높여 상업화를 앞당기는 식이다.
중국의 파이프라인 선별 능력이 점차 개선되면서, 중국과의 기술수출 계약을 더 이상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지난 2016년 중국 뤄신제약과 폐암치료제 비소세포폐암 신약 '레이저티닙(YH25448)'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가 같은 해 12월 판권이 다시 반납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레이저티닙을 눈여겨보면서 1조 4000억 규모의 기술수출 '대박'을 터트렸다.
대웅제약 계열사인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우, 지난해 9월 중국 항체개발 전문기업 하버바이오메드와 915억원 규모의 자기면역질환 항체치료제 'HL161'과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3개월 뒤 HL161은 스위스 바이오벤처 로이반트 사이언스와 545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더 이상 중국과의 계약에 이유 없는 디스카운트는 필요 없다"며 "기술도입 주체인 중국 기업의 역량을 근거로 기술수출 당사자인 국내 기업의 가치를 역으로 판단해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중국과 공동 연구·개발을 모색 중인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10월 중국의 항서제약과 간암치료제 시장 진입을 목적으로 글로벌 병용임상시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항서제약은 중국에서 R&D 비용 규모가 가장 큰 제약사로, 지난해에만 매출액 대비 13%인 17억 6000만 위안(약 2900억원)을 투자한 회사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7월 중국의 아이맵(I-Mab)과 3개의 이중항체 후보물질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아이맵이 보유하고 있는 이중항체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독점적인 권리도 확보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와 이중항체 후보물질을 발굴·개발·생산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중국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비용 부담을 덜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기술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조달해 R&D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앞으로 중국에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파이프라인으로는 항암면역, 감염, 중추신경 분야 등이 손꼽힌다.
중국은 현재 항암제 파이프라인 중에서 면역관문억제제와 신규 타깃의 표적항암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내 유병률이 높은 항암제·항생제 분야, 세포 유전자 치료제 분야, 세계 최초(First-in-Class)의 신약후보물질 등에 주력한다면 중국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구 연구원은 "중국 제약산업의 성장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국내 헬스케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한국 기업은 위기의식을 갖는 단계를 지나 협업의 대상으로 중국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