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달째 이어진 의료대란 장기화에 '분노와 공포' 추후 또 재현되면 어쩌나 …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서울아산병원, 전면 휴진 아닌 '진료 조정' 돌입첫날 의료현장은 안정적 … 길어지면 대책 있어야
  • ▲ 4일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단체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집회를 열고 진료정상화를 촉구했다. ⓒ정상윤 기자
    ▲ 4일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단체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집회를 열고 진료정상화를 촉구했다. ⓒ정상윤 기자
    의료공백 장기화로 생명의 공포를 느낀 환자들의 결국 거리로 나왔다. 더 이상 의정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같은 시간 국내 최대규모의 병상을 보유한 서울아산병원은 대폭 '진료 축소'를 단행했다. 

    4일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단체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집회를 열고 "의료공백의 신속한 정상화와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환자와 가족, 국민은 의료계와 정부의 힘겨루기를 지켜보면서 분노와 불안, 무기력에 빠졌다"며 "당장 병원치료가 필요한데 피해가 쌓여만 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거리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병원 소속 교수들의 휴진이 진행 또는 예정된 상황으로 환자들이 공분하고 있다. 해당 병원에는 중증, 희귀질환자들의 치료가 중요한데 진료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반복되는 의정갈등에서 그간 백기를 들어왔던 과거 정부의 행태를 경험했던 의사들은 여전히 진료권이라는 무기로 힘을 과시하고 있다. 단언컨대 어떤 일이 있어도 아픈 사람들에 대한 의료공급이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계는 당장 휴진을 멈추고 이번 환자 집회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의료공백을 멈추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꺼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환자단체들은 비단 올해 의대증원 사태가 아닌 추후에도 동일한 행태가 반복될 것을 우려하며 재발방지법을 제정하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의료인 집단행동 시에도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한시도 중단없이 제공되도록 국회 차원의 관련 법 제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 4일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단체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집회를 열고 진료정상화를 촉구했다. ⓒ정상윤 기자
    ▲ 4일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환자단체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집회를 열고 진료정상화를 촉구했다. ⓒ정상윤 기자
    같은 시간 국내 최대규모의 병상을 갖춘 서울아산병원은 진료 축소를 단행했다. 당초 전면 휴진에서 완화된 결정을 내린 것이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첫날 분위기는 안정적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의료피해를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서울아산병원 소속 울산의대 교수들은 진료 축소에 돌입했다. 작년과 비교해 수술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지만 현재 외래와 수술은 가동 중이다.

    병원 측은 "휴진이 아닌 진료 조정으로 결정한 것은 전공의 공백상황에서 어떻게 환자를 진료를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며 "당장 불편하신 환자들께 죄송하지만 의료전달체계 상 상급종합병원 역할에 맞게 중증 환자 중심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형병원의 특성상 급작스런 진료 축소가 결정되고 이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환자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시점 진료 조정은 플랜비 형태로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방향이 모색돼야 한다는 중론이다. 

    진료 축소에 돌입했지만 심정이 불편한 교수들도 많다. 정책 반대에 따른 환자 피해, 타 직역의 업무 과부하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고범석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지난달 23일부터 단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환자들에게도 미안하고 자리를 떠난 전공의나 의대생, 병원 직원들에게도 미안하다"며 "현 상황을 해결할 수가 없다는 무력감도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