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마련 나서는 등 준비 작업 속도…현대아산 유상증자·현대무벡스 IPO
  • ▲ 지난해 11월 18일 아태 리택건 부위원장이 금강산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 참석 차 금강산호텔에 도착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에게 인사를 거내고 있다.ⓒ현대그룹
    ▲ 지난해 11월 18일 아태 리택건 부위원장이 금강산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 참석 차 금강산호텔에 도착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에게 인사를 거내고 있다.ⓒ현대그룹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새해를 맞아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기존보다 한 단계 높은 구체적인 방안을 주문하는 등 부활의 날개 짓을 준비 중이다. 현대그룹은 경협에 대비해 자금 마련에 나서는 등 준비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윈장의 서울 답방과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등 남북 간 크고 작은 행사가 예정돼 있어 현대그룹이 추진하는 대북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어디까지나 북한 비핵화가 전제돼야 겠지만 최근 김 위원장이 직접 재개 의지를 밝힌 만큼,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현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남북경협의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경제협력 관련 "그동안은 준비만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축적한 역량을 사업으로 실행해 내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 경제협력에 밑거름이 돼야 할 것"이라며 철저한 준비와 소명의식을 당부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초 남북 관계가 해빙 분위기로 전환되자 경협 재개를 대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일찍부터 사업 정상화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해부터 매주 회의를 통해 본격 준비에 들어간 만큼, 올해는 구체적인 플랜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전보다 높은 단계로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대북사업은 현 회장의 오랜 바람인 동시에 현대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선행 과제다. 금강산과 개성관광 중단으로 현대그룹이 입은 매출손실은 1조2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간신히 위기는 극복했지만, 대북사업 정상화 없이는 완전히 회복했다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 대북사업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로 현대그룹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현 회장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대북사업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소명으로 받아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현 회장의 의지는 지난해 11월 열린 '금강산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에서도 엿볼수 있다. 

    현 회장은 행사에서 "단 한분의 관광객이 계시더라도 금강산관광은 계속돼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않고 지난 10년을 견뎌 왔다"며 "현대그룹은 하늘이 맺어준 북측과의 인연을 민족화해와 공동번영의 필연으로 만들겠다는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담담하게 그리고 당당히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굳건한 신념에 남북 간 해빙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현대그룹에 거는 기대감도 상승하고 있다. 현 회장은 금강산관광 20주년 행사 등 지난해 세차례나 방북길에 올랐다. 지난 8월에는 고(故) 정몽헌 전 회장의 15주기 행사 참석을 위해 금강산을 찾았고,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대북 사업 재개를 위한 자금 확보 작업도 본격화했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책임지는 현대아산은 지난해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총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겉으로는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확충 및 경협 재개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현대아산의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배 대표는 남북 경협과 관련한 폭넓은 경험을 가진 인물로 꼽힌다. 22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감사원 등을 거쳤으며 예산처 국장 시절에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 회장이 최대 주주인 현대무벡스의 기업공개(IPO)도 자금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무벡스는 지난해 5월 현대그룹의 현대유엔아이와 현대무벡스가 합병해 설립됐다. 지난해 안으로 예비 심사를 청구할 계획이었으나 여러 상황으로 인해 예심 일정이 올해로 연기됐다. 이르면 올 상반기에 IPO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무벡스의 지분율은 현 회장 43.52%, 현대엘리베이터 30.51%, 현대상선 18.95%,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씨가 5.49% 순으로 보유해 사실상 현대그룹이 100%를 지배하고 있다. 때문에 유사증자 등을 통해 유입된 자금을 남북경협 관련 사업에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언급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와 관련 "합의문에 이어 직접 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이를 계기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한단계 더 진전돼 금강산관광도 재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