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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를 맞아 제약업계의 전문경영인(CEO)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3월에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CEO들의 연임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령제약, JW중외제약 등 일부 제약사 CEO들이 사임했다.
보령제약은 지난달 3일 김은선·최태홍 각자 대표체제에서 안재현·최태홍 각자 대표체제로 변경했다. 김은선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면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투톱'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보령제약은 오는 3월 최태홍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3년 보령제약에 사장으로서 입사한 최태홍 사장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얀센 사장을 역임했다.
보령제약은 지난 1일자로 단행한 임원인사를 통해 이삼수 연구·생산 부문 대표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이삼수 사장이 최태홍 사장의 뒤를 이어 오는 3월 최태홍·안재현 공동 대표이사 체제가 안재현·이삼수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교체될 전망이다.
특히 이삼수 사장은 보령제약의 연구와 글로벌 진출을 위해 충남 예산 신공장 활성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삼수 사장은 지난 1986년 LG화학 입사를 시작으로 제약업계에 발을 들였으며, 2013년 보령제약에 생산본부장으로 입사한 바 있다.
최근 취임 기간을 못 채우고 자리를 떠난 CEO들도 있다.
유광렬 동화약품 대표는 지난달 17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유 대표의 남은 임기가 오는 2021년 3월까지였으나 취임 10개월 만에 중도 사임한 것이다. 동화약품은 지난 2012년 이후 CEO가 5명이나 교체되면서 안정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JW중외제약은 지난달 31일 공시를 통해 전재광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취임 9개월 만에 사임했다고 밝혔다. 전 대표가 돌연 사임하면서 전재광·신영섭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신영섭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JW중외제약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회귀할지 여부는 미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업계의 CEO 교체 바람이 올봄까지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오는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CEO들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올해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제약업계 CEO는 우종수 한미약품 사장, 박대우 녹십자랩셀 사장, 윤재춘 대웅 사장,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 오흥주 동국제약 사장, 유희원 부광약품 사장, 김동연 일양약품 사장,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 박춘식 명문제약 사장 등이다.다만 이 가운데 우종수 한미약품 사장의 경우 오는 3월 18일 임기가 만료된다고 공시됐으나, 지난 2017년 3월 권세창 사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임기 만료 시점은 내년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장기집권해온 CEO들이 이번에도 연임에 성공할지가 관건이다.
이 중 최장수 CEO는 지난 2001년에 선임된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이다. 이 사장은 지난 1974년 삼진제약에 입사한 후 2001년에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연임에 6번이나 성공했다.
이 사장의 이번 연임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1945년생으로 올해 75세가 되면서 고령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연임이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오너 2세'들이 CEO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공동 창업자인 최승주 삼진제약 회장의 딸과 조의환 삼진제약 회장의 아들 둘이 삼진제약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승주 회장의 딸인 최지현 씨는 마케팅·개발담당 상무를 맡고 있으며, 조의환 회장의 장남 조규석 씨는 경영관리담당 상무, 차남 조규형 씨는 기획담당 이사를 담당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지난 2009년에 취임해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한 김동연 일양약품 사장의 연임 여부가 주목된다. 김 사장은 지난 1976년 일양약품 중앙연구소에 입사해 지난 2008년 일양약품 부사장을 거쳐 2009년 일양약품 사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2009년 취임한 오흥주 동국제약 사장은 이번에 연임하면 10년째 자리를 지키게 된다. 오 사장은 지난 1989년 동국제약 해외사업부에 입사해 2008년 해외사업부문 부사장을 거쳐 2009년 동국제약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비교적 최근에 선임된 CEO들은 순조롭게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제약업계 분위기 때문이다.
유희원 부광약품 사장과 윤재춘 대웅 사장은 지난 2015년 취임했다. 윤재춘 사장은 대웅제약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으며, 대웅제약의 임기는 오는 2021년에 만료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대웅과 대웅제약에서 대표이사 변경에 관한 얘기가 거론된 적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박춘식 명문제약 사장은 2016년, 이득주 녹십자셀 사장은 지난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선임된 경우에는 연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제약업계 인사가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이 있어 오랫동안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