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관· CJ 이선호 승진, 다음기회로2,30대 후계승계는 사실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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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승계 구도에도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무조건적인 장자 상속이나 친족 승계가 아닌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경영승계의 정당성에 더 많은 방점이 찍히는 모습이다.
재계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3, 4세 승진에 더욱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전무의 부사장 승진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아들 이선호 부장의 임원 승진도 성사되지 않았다.
애초 지난해 5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별세로 구광모 상무가 경영권을 물려받으면서 주요 그룹의 3·4세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 연구원은 "승계는 전적으로 기업의 내부적 판단에 기인한다"면서 "오너 입장에서는 회사를 잘 물려주기 위해 내부적으로 얼마나 검증을 잘 받았는지 판단하는 등 회사 안팎의 상황을 종합해 승진 여부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재계에서는 30대에 경영권을 물려받은 총수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38세에 회장직에 오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36세에 현대중공업 회장이 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김승연 회장도 대기업 총수 중 가장 젊은 나이인 29세의 나이에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런 사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수한 상황이었던 구광모 회장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회사 안팎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총수들이 아직 건재한 것도 승계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한화와 CJ도 승계작업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지난해 한화 인사에서도 전무 3년차인 한화큐셀 김동관 전무의 부사장 승진이 거의 확실시됐지만, 임원 승진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한화생명 미래혁신총괄 겸 해외총괄로 선임돼 승진 가능성이 점쳐졌던 차남 김동원 상무도 승진하지 못했다.
CJ도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미국지역본부 상무와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모두 승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상무가 8개월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하고 이 부장도 5년 만에 부장 직함을 다는 등 CJ의 3세 경영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를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규제당국의 감시망이 촘촘해지면서 상속세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도 기업들의 승계작업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있지만, 재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무엇보다 후계자의 탄탄한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해 졌다는 분석이다.
주주행동주의 시대를 맞아 승계에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 우선 주주들이 후계자가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주주행동주의의 타깃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이들을 납득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
◆오너가 3세 "스스로 입증해야 할 때"…사업 성과가 경영능력 평가
이제 오너가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시대다. 3세들이 직접 능력을 증명하고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후계자들이 경영수업 차 회사의 주력 사업을 맡고 있는 만큼, 여기에서의 성과가 바로 경영능력 평가로 이어진다. 앞으로의 승진 여부도 여기에 달렸다.
한화의 김 전무 역시 태양광 사업에서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한화큐셀의 태양광 셀 생산규모는 세계 최대이고 영업이익도 중국 선두기업을 넘어섰다. 다만, 부진한 시황이 문제다. 올해는 태양광 시장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를 막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
김 전무의 올해 첫 경영능력 평가대는 다보스 포럼이 될 전망이다. 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제49차 세계경제포럼'에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다. 김 전무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9년간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CJ의 이 부장 역시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 바이오 사업관리팀장(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는 올해 들어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지만, 이 부장의 기여도에 대한 회사의 평가가 중요하다. 1990년생으로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풍부한 경험도 갖춰야 한다.
CJ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M&A(인수·합병)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매출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와 2030년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는 '월드베스트 CJ'를 실현시키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이 부장이 어떤 핵심 역할을 수행할 지도 관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오너 3세가 30대에 자질을 검증 받았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아진 만큼, 사전에 충분한 검증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