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미경제학회 총회서 금리인하 시사 차이나리스크, 실물경제 악화 우려 커
  •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이 180도 달라진 통화정책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은 "경제가 어떻게 진전되는지 지켜보면서 인내할 것"이라 말했다. 중국발 제조업 한파에다가 실물 경제 지표까지 악화되자 금리인상을 낮추겠다는 의미이다. 

    지난 11월 기준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은 미국과 금리격차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으나 정부 차원의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정책적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금리 인상이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시장 혼란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부가 문제라는 견해에 이를 경우 우리는 변화하기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이러한 발언은 미국 경제 정책을 책임지는 관계자들과 세계 경제 석학들이 모두 모인 AEA 총회에서 나온 점을 감안하면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완화를 공식화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태도 변화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중국의 제조업 위기로 차이나리스크가 커진데다 트럼프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실물경제 지표도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올 상반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까지 수정되는 실정이다. 골드만삭스는 올 상반기 미국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0%으로 하향 조정했다. 올 하반기엔 2%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미국보다 더 좋지 못하다. 실물경기 악화는 지난해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고용 한파 속에 투자는 뒷걸음질 치고 소비까지 주춤하면서 내수 경제는 꽁꽁 얼어붙었다. 가까스로 수출에 기대 2%대 중반 성장을 이뤄냈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수출 효자종목이던 반도체의 호황이 꺾이면서 올해부터는 수출 감소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에 갇혀 주 52시간제 도입, 최저임금제 인상 등 급격한 정책 드라이브로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소득주도성장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최근 국회서 열린 토론회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다"면서 "제조업 쇠퇴가 일자리 감소의 핵심이다. 제조업 일자리 1개가 사라지면 비조제업 일자리 2~4개가 같이 없어진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소주성'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의 수정, 보완 의지를 밝힐 지 주목되고 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자리 나오는 분야의 규제개혁을 서둘러야 하는데 그러한 의지를 보여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