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적어도, 검경 수사받아도 '중점관리 기업' 벌써 제2, 제3 대상 기업 오르내려
  • 국민연금이 '사회적 물의' 기업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보유지분 5%이상인 297개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중점관리기업을 선별해 횡령, 배임, 사주일가 갑질,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논란을 일으킨 기업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국내 주식 수탁자 책임 활동)'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투자기업 중 배당이 적거나 이사 연봉이 높은 기업, 국민연금이 임원 선임을 2차례 이상 반대한 기업 등도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나쁜기업'을 선정해 경영권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재계는 "국민연금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업 길들이기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 배당 적어도 '중점관리 기업' 

    2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수탁자 책임 활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난 16일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했다. 기금운용위는 국민연금의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의결기구이다.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의 17.1%(약109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 중으로 지난해말 기준 297개 상장사의 지분을 5%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들 상장사에는 시총 1위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SK하이닉스, 네이버, 포스코, 신세계 등이 포진해 있다. 전체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사 2110개의 14.1%가 해당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단계로 이들 기업 중에 중점 관리 기업을 추려낸다는 방침이다. 지분률 5%이상 또는 보유비중 1%이상 투자 기업으로 배당이 적거나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 등이 밝혀진 기업을 비공개로 중점관리대상기업에 이름을 올린다.  

    경영 성과에 비해 임원진의 보수 한도가 과다한 경우도 중점대상기업이 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총에서 임원 보수 한도 및 퇴직금 관련 안건 897건 중 27%에 반대표를 행사했는데 올해는 이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이 2회 이상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기업도 중점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검찰·경찰 수사를 받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경우에도 중점 관리 기업으로 선정하도록 했다.  

    해당 기업에 1년 간 비공개 서한 및 면담을 통해 해당 문제 해결을 촉구,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공개 서한을 통해 해당 기업명을 공개하기로 했다. 그 다음해 주주총회에서 적극적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게 국민연금의 방침이다. 


    ◇ 스튜어드십 코드, 첫 타깃은 한진家 다음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첫 적용은 한진그룹이 될 전망이다. 한진을 겨냥하고 있는 강성부펀드 KCGI가 행동 개시에 나서면서 국민연금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오는 3월 열리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의 연임에 반대 의결권을 던질지 내달초에 최종 확정짓기로 했다. 운용위가 판단은 2월초로 미뤘으나 사실상 국민연금의 선택은 '반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국민연금의 첫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사례가 된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예견된 수순이지만 구체적인 행동지침인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면서 재계의 우려는 '공포' 수준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국민연금에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기업 길들이기 수단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이 장기적 수익률 제고를 위한 것이란 입장이지만 정치 논리 개입에 대한 차단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이 사기업에 개입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기금운용 장기수익성 제고가 가장 중요하고 그 원칙하에 철저히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