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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이 다음 달부터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단가를 인상한다. 온라인쇼핑몰과 같은 대형화주(貨主)가 대상이며, 건당 평균 100원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가인상 이후에도 당장 배송비 관련해 소비자 체감은 미미할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이달 초부터 각 고객사와 운임 인상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의를 거쳐 다음 달부터 새 단가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당 평균 100원을 인상하며,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비규격 화물은 추가 요금을 적용한다.
업계는 계약 단가 인상 후에도 소비자 체감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유통업계가 통상 무료·묶음 배송으로 고객을 경쟁 유치하기 때문이다. 그간 택배 저단가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었던 만큼, 유통업계에서도 인상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의견도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업체의 배송관련 정책은 고객 유치를 위한 각 사의 마케팅 전략으로, 운임이 오른다고 해도 당장 택배비를 올려 받진 않을 것”이라며 “유통업계에서도 택배 저단가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으며, 당분간은 각 업체에서 추가분을 부담해 소비자 체감은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1위 CJ가 총대를 메면서 택배업계는 운임 인상 추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택배 서비스 도입 후 지난 27년간 줄곧 하락해온 단가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상당하다. 추이에 따라 한진, 롯데택배 등 업계 2~3위 업체도 ‘택배 제값 받기’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단가하락과 비용 증가로 택배 업계 전반이 큰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최저임금이 급히 오른 지난해는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면서 “이에 대형업체의 수익률 하락은 물론, 일부 영세업체는 파산하는 경우까지 발생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업체는 화주와의 재계약에서 단가를 올려 지나친 덤핑을 차단하는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면서 “택배업계는 물론, 유통업계 전반에서도 운임 인상 필요성에 대한 입장이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택배 단가는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2475원이었던 평균 단가는 2014년 2449원, 2015년 2392원, 2016년 2318원, 2017년 2248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평균단가는 전년 대비 19원 떨어진 2229원으로, 재차 최저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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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동량은 연간 10%씩 성장하고 있지만, 단가 하락으로 수익률은 되려 악화됐다. 국내 대형 물류사들이 택배 사업을 ‘계륵’과 같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지난 4분기 CJ대한통운의 택배 부문 영업익은 4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527억원) 8.5% 감소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는 지난해 3분기까지 택배 부문에서 179억원의 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한진은 96억원의 이익을 내 적자는 면했지만, 택배부문 이익률이 1.9%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