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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각종 경제 지표가 추락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가운데 빠르게 성장한 기업들이 있다. 영 리더(Young Leader)가 구원투수로 등장, 무기인 '젊음'을 앞세워 파격적인 시도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치열해진 경쟁 속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착수한 젊은 CEO의 과감한 행보가 빛을 발한 것이다. 기존의 전략에서 벗어나 혁신을 꾀하자 '제2 전성기'가 찾아온 유통기업들의 성과를 짚어본다.
토종 커피전문점 1세대인 할리스커피가 과거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주고객 연령층 낮추기에 성공한 모양새다. 올해 39세의 '젊은' 김유진 대표가 이끄는 할리스커피가 수년 새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스타벅스도 갖추지 못한 국내 로스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커피 질 높이기에 나섰다.
20일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 '#할리스' 게시물은 32만7000개를 넘겼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물론, 2030의 '인증샷'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고등학생 김모(17)양은 "친구들이 가보자고 해서 주말에 가봤더니 매장도 예쁘고 음료도 맛있었다"며 "공부하기도 좋게 생겨서 자주 올만한 새 카페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오래된 브랜드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할리스커피가 과거의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입게 된 것은 2013년 사모펀드 IMM이 할리스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로고를 바꾸고 2014년 디초콜릿을 인수해 규모를 키웠다.
2017년 IMM에서 투자를 이끌었던 김유진 대표가 최고경영자로 선임되며 할리스의 변화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업계를 불문하고 찾아보기 힘든 30대 대표라는 파격적인 인사가 할리스의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는 사실 커피 전문가가 아닌 '투자 전문가'다. 치열해진 커피 시장의 경쟁 속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김 대표의 전략은 빛을 발했다.
할리스커피는 로고 뿐만 아니라 매장의 모습을 완전히 바꿨다. 심플한 외관과 통유리창으로 밝은 이미지를 강조했다. 카페를 음료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는 등의 공간으로 소비하는 최근 1020의 트렌드에 맞춘 변화다. -
그 결과 주 고객 연령층 낮추기에 성공했다. 1998년 할리스커피 초기 런칭 당시 타겟층이었던 2030이 현재 4050으로 성장했고, 기존 그대로 2030을 타겟으로 하기에는 국내 커피 업계를 독주 중인 스타벅스의 벽이 너무 높았다. 이 때문에 완전히 연령층을 낮추는 브랜드 이미지 변화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2013년 할리스F&B 영업이익은 7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4년 68억원으로 잠시 하락했다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153억원을 달성했다. 불과 3년만에 2.5배 가까이 끌어올린 것이다.
매출 역시 2013년 686억원 수준이었지만 2014년 803억, 2015년 1000억원을 넘겼다.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해 2017년 1408억원을 달성했다.
할리스F&B의 전략은 무조건적으로 점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500여개를 넘긴 할리스커피의 점포는 가맹과 직영의 비율이 4:1로 유지되고 있다. 할리스 측은 가맹점이 늘어나는 만큼 직영점도 늘려 비율을 유지해가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약 1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파주에 연간 1700톤의 원두 로스팅이 가능한 '커피클럽 로스팅 센터'를 준공하며, 국내 커피 시장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에스프레소 기준 연간 약 1억 잔의 커피를 생산하는 양이다.
커피클럽 로스팅 센터는 대지면적 8688㎡(2628평), 건축면적 3360㎡(1016평)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다. 기존에 운영했던 경기도 기흥에 위치한 '기흥 로스팅 센터'보다 규모 측면(건축면적 기준)에서 약 3배 확대됐다. 할리스커피는 기존 기흥 로스팅센터를 지난 17일부터 파주로 이전했으며, 앞으로 커피클럽 로스팅 센터를 주력 로스팅 공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업계에서는 30대 젊은 여성 대표의 과감한 투자 전략이 할리스의 제2 전성기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할리스커피는 지난 20년간 브랜드 비전인 '커피 맛의 작은 차이'를 실현하고자 커피 맛과 품질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왔다"며 "커피클럽 로스팅 센터를 통해 산지에서 직수입한 최고급 생두를 연구개발(R&D)하고 각각의 고유 특성에 맞는 로스팅을 해 국내 입맛에 맞는 최적화된 커피 맛 구현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