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서초·강남·송파구 몰려…지방 고객은 소외편의성 강조한 ‘디지털뱅킹’, 속으론 수익만 좇아
  • 사거리 건널목마다 보였던 은행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디지털뱅킹’을 강조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지점들을 빠르게 정리 중이다. 젊은 층은 지점이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쉽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지만, 고령층은 디지털이 낯설기만 하다. 이들에겐 경제적인 삶을 위해선 은행 지점이 필요하다. 이에 본지에선 최근 은행들의 점포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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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거리에서 은행 간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과거 현금이 필요하면 쉽게 ATM을 찾을 수 있었던 시절은 옛말이 돼 버렸다.

    그러나 은행권도 포기하지 않는 지역이 있다. 바로 강남 3구다.

    25일 본지 조사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은행, 농협, 기업은행의 점포 수는 5346개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점포 수는 5개밖에 줄지 않았지만, 통폐합 과정에서 이전한 점포까지 포함하면 사라지는 점포 수는 은행마다 4~5곳 이상이다.

    시중은행들이 점포 통폐합을 가속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점점 은행을 찾지 않는 고객들이 늘면서 점포를 새롭게 개설하는 것도, 유지하는 것도 모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권이 점포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지역 쏠림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전국 점포(5346개) 대비 서울 점포(1838개)는 35%로 10곳 중 3.5개가 서울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지역 비율이 15%로 가장 낮은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5개 은행은 10곳 중 4곳이 서울에 몰린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7월 고령자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고려해 ‘은행 지점 폐쇄절차 등에 대한 모범규준’ 제정 계획을 내놓자 통폐합이 주춤한 듯했으나, 은행들은 번거로운 절차가 생기기 전 서둘러 통폐합에 나서는 분위기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EB하나은행의 전국 점포는 지난 2017년 775개에서 지난해 753개로 22개 줄었다. 서울지역 점포도 같은 기간 351개에서 337개로 1년 새 14개 사라졌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국내 점포 중 45%가 서울에 몰려있어 편중이 심했다.

    신한은행은 전국과 서울지역 모두 점포가 늘었는데 서울에서는 6개, 지방에서는 5개가 늘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부터 서울시금고 운영을 맡으면서 전략적으로 지점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서울지역 점포를 1년 사이 4개 줄였다. 우리은행도 서울 점포 3개를 줄였으나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서울 점포(399개)를 보유하고 있다.

    은행의 전국 점포 중 서울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은행이 46%로 가장 편중됐다. KEB하나은행이 45%. 신한은행이 41%로 뒤를 이었다. 반면 농협은행은 전국 점포의 15%만 서울에 있어 서울 점포 비율이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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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점포가 사라지는 가운데 이마저도 서울에 밀집, 특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 30%가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은행은 서울 점포 359개 중 119개(33%)가, KEB하나은행은 337개 중 111개(33%), 농협은행은 168개 중 55(33%)개가 강남 3구에 몰려있다.

    이 때문에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당하는 일부 지역과 고객들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점포이용 고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인점포나 공동점포, 탄력점포 등 유연한 점포로 전환해 운영할 수는 있지만, 은행들이 손실을 감내하면서 점포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라며 “곧 제정될 은행 점포 폐쇄 모범규준도 은행에 결정권을 주되 대체 수단에 따라 인센티브 등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