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3개월물-10년물 금리 역전…경기침체 조짐증권가 "증시 타격 제한적, 금융‧제조업은 영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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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새로운 키워드로 등극한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장단기 금리 격차 역전의 폭이 커지며 글로벌 시장에 장기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채 3개월물(단기)과 10년물(장기)의 금리가 역전됐다. 10년물 금리는 지난 22일 기준 2.42%로 떨어져 3개월물 금리 2.47%를 일시적으로 밑돌았다.

    이 같은 현상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약 12년만의 첫 사태인 만큼 시장에서는 ‘2008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엄습했다.

    이뿐만 아니라 25일 10년만기 일본 국채 금리도 지난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인 –0.0878%를 기록했다.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도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경제 위기공포가 범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금리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다. 돈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이 멀기 때문에 그만큼 금리가 더 붙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기금리가 높아질 때는 이례적인 시장 이상 신호로 해석된다.

    각 경제지표 또한 ‘R의 공포’를 뒷받침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독일의 3월 제조업 PMI예비치는 44.7로 6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미국 역시 12개월만의 최저치인 52.5를 기록했다.

    이미 국내 증시도 25일 오전 개장과 함께 하락세를 보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앞으로도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주 금요일(22일)에는 글로벌 경기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높아졌는데 향후 그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3개월-10년물 스프레드 역전이 장기화되고 2-10년마저 역전된다면 연준은 연내 금리를 인하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유사한 현상이 발생했던 3개월 전 은행 CDS가 급등했던 데 반해 이번에는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어 체계적 위험에 대한 우려까지 확산되지는 않았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표가 더 악화되거나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더욱 커지지 않는 시나리오에서는 연준이 ‘Data-dependent’ 입장을 강조하며 시장을 달래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주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전체 총수요의 둔화와 향후 경기침체를 의미하지만 주식시장은 강세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금리는 경제의 총 수요를, 주가는 상장된 기업들의 이익을 반영한다는 점에 있어 미국의 기업이익과 S&P500 EPS를 비교해 보면 3~5분기 가량 시차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증시 급락 이유는 장단기 금리차보다 모멘텀 부재가 더 악재였다”며 “다행히 장단기 금리 차이 역전 외 신용 스프레드나 주식시장 변동성 지표 등은 심각한 경고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2000년~2001년, 2007년~2008년 때와 비교하면 그래도 주가 변동성이 안정적인 편”이라고 분석했다.

    종목별로는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피해자는 금융주”라며 “R의 공포가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제조업보다는 방어적 성격을 가진 서비스 업종, 소비재 업종이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