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맹본부 대부분 유통 마진으로 수익 남겨써브웨이 한국지사, 본사서 직접 로열티로 운영
  • ▲ 써브웨이 로고.
    ▲ 써브웨이 로고.

    외식 프랜차이즈업계가 '차액가맹금', 이른바 유통 마진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강 건너 불구경'인 브랜드가 있다. 직영점 없이 가맹점만으로 국내 점포 수 300개를 넘긴 써브웨이(Subway)다. 미국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한국 써브웨이는 국내 타 브랜드와 달리 로열티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본부에 대해 차액가맹금을 공개하도록 한 가맹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시행으로 가맹본부는 이달말까지 정보공개서 변경 등록을 마쳐야 한다. 이와 관련 프랜차이즈협회가 헌법소원과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업계는 차액가맹금 공개를 골자로 하는 공정위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가 된 2017년부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차액가맹금은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재료 등의 원가와 공급가의 차액, 즉 유통 마진이다.

    그간 국내 프랜차이즈업계는 이 유통 마진을 통해 수익을 올려왔다. 원가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마진으로 폭리를 취해도 가맹점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던 이유다.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 즉 브랜드 이름값은 대부분 없는 상황이다. 국내 프랜차이즈업계가 단기간에 크게 성장해 경쟁업체가 많아져 가맹점 유치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써브웨이는 유통 마진이 아닌 로열티로 수익을 남겨왔기 때문에 차액가맹금이 공개되도 문제될 것이 없다. 전세계 11개국에 4만4644개의 매장을 가진 글로벌 외식 브랜드 써브웨이의 한국 점포수는 2017년 기준 304개다. 2012년 50개, 2014년에 100개를 넘긴 후 3년만에 300개를 넘기는 등 점포 수 확장세에 들어서 있다.

    써브웨이는 국내 프랜차이즈업계 사이에서 '프랜차이즈의 정석'으로 통한다. 유통마진보다는 로열티로 가맹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열티가 익숙하지 않은 국내 업계에서 써브웨이가 이같은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본사 직영 운영 방식 때문이다.

    한국써브웨이인터내셔널은 마스터프랜차이즈계약이 아니라 본사에서 직접 한국 법인을 운영하는 직영 사업이다. 한국처럼 현지에 법인을 개설한 나라는 가맹사업이 활발한 영국, 호주, 독일, 멕시코 등이다. 아시아권 중 가장 가까운 일본도 직영 사업이 아닌 마스터프랜차이즈계약으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써브웨이 본사는 가맹점으로부터 매출대비 8% 수준의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가맹사업을 운영한다. 전세계 공통인 써브웨이만의 또 다른 독특한 가맹 운영 제도가 '지사 제도'다. 매장을 6개월 이상 운영한 경험을 갖춘 사람에게 가맹점 모집권을 부여하고, 가맹금의 50%와 본사가 받는 로열티의 1/3을 지사장에게 지급한다. 써브웨이가 진출한 나라 중에는 현지 사무소 없이 이 지사 제도만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 ▲ 써브웨이 용인처인점 ⓒ써브웨이
    ▲ 써브웨이 용인처인점 ⓒ써브웨이
    써브웨이는 앞서 1991년 국내 첫 1호점을 연 뒤 1992년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으로 한국인 사업자에게 서브웨이 가맹사업권을 넘겼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후 한국지역 담당 지사장을 선정해 가맹사업을 펼쳤지만 역시 실패했다. 이렇게 되자 2005년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직영 운영에 나선 것이다.

    이후 10년만에 국내 써브웨이 점포 수는 일본 점포 수를 추월했다. 지난 1월 일본 수도권 중심으로 써브웨이 프랜차이즈 점포를 최대 약 20개까지 전개하고 있던 에이지 코퍼레이션이 도쿄 지방 법원으로부터 파산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1년 뒤인 1992년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이후 빠른 속도로 점포 수가 늘어나 2014년 한국의 4배 수준인 480개 점포를 가지고 있었지만 실적하락이 지속되면서 부채가 늘어나 최근 점포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기준 일본 내 써브웨이 점포 수는 280점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사이에서는 써브웨이가 프랜차이즈 본연의 사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 차액가맹금 문제가 불거져도 잡음 없이 운영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가 단기간에 성장하면서 기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본연의 사업 형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맹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로열티를 인정하지 않고 대부분 유통 마진으로 수익을 남겨왔다는 점"이라며 "사실 이 문제가 차액가맹금을 공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사업 구조 자체가 써브웨이같은 로열티 구조로 바뀔 수만 있다면 가맹점과 가맹본부가 가맹점 매출 증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불거진 여러가지 문제들이 함께 해소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