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임기 3년, 연 10억대 보수에 장기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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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지주사 회장이 한차례 연임할 경우 100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챙겨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등 국내 최대 금융지주들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는 급여와 상여금을 포함해 17억5천300만원으로 지난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2013년 사업보고서부터 금융회사는 5억원이 넘어가는 임원의 보수를 공개, 이때부터 지난해까지 김 회장이 받은 보수가 총 86억2천700만원이다.

    2012년에 회장 자리에 오른 것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회장으로 받은 보수는 1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021년까지 남은 임기까지 총 보수는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봉 2위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으로 지난해 14억3천800만원을 받았다. 그는 2014~2017년 KB금융그룹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을 겸임했고 이후로는 회장직만 맡았다. 그동안 윤 회장이 받은 돈은 사업보고서에 공개된 것만 36억9천400만원이다.

    2017년부터 신한금융지주를 이끄는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11억4천900만원을 받았다. 은행장에 올랐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개된 보수를 합하면 40억원에 육박한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는 통상 3년이다. 1차례만 연임에 성공해도 6년 동안 매년 십수억원의 보수를 챙겨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는 장기성과급을 나눠 받는다.

    회장 연임 한 차례만 하면 100억원은 가져가는 구조다.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11년 회장에 올라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한 전 회장의 보수가 공개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그가 받은 돈은 94억1천800만원이다.

    회장직에 있었지만, 보수가 공개되지 않은 2011~2012년 보수까지 고려하면 총 보수는 1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가면서 그만큼 부가가치를 생산하느냐다. 금융지주 수익은 대부분 은행에 의존한다. 국내 은행은 정부가 지켜주는 진입장벽 안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이자 장사로 매년 수조원 또는 십수조원을 번다.

    이렇다 할 혁신 없이 규제 속에서 은거하면서 막대한 보수를 챙겨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교수는 "특별한 혁신 없이 나라에서 보호해주는 산업으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십수억원의 연봉을 챙겨가는 것은 자질보다 더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혁신보다는 취임과 함께 다음 연임을 위한 참호 구축에만 몰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는 오너가 없는 회사여서 한번 회장에 오르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다. 사외이사진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만 친정 체제로 구축하면 장기 집권이 가능해진다.

    이에 유일한 경쟁자라 할 수 있는 금융지주 권력 2위 은행장과 지주 회장의 볼썽사나운 권력 다툼이 항상 벌어지기도 했다.

    A대학 교수는 "대기업 오너는 지분이라도 많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은 주식도 몇주 안 갖고도 권한은 재벌처럼 휘두른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지주 회장들은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장기 집권을 위한 자기 왕국 구축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다"며 "금융당국의 견제도 힘을 잃어 친정 체제 구축에만 성공하면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