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상장 연기에 따른 후속 자금 조달 마련 나서부채비율 121.2%·총차입금 7조8747억원… 회사채 오버부킹 성공
  • ▲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지주가 재무 안정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연기되자 회사채 발행으로 만기가 임박한 차입금 상환에 나서는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

    8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대중공업지주의 부채총계는 12조7936억원, 자본총계는 10조5541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21.2%다. 전년 대비 부채총계가 증가하면서 부채비율도 14%p 높아졌다.

    총차입금은 7조8747억원으로 2017년 말 6조3312억원보다 24.3% 증가했다. 이 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만 4조5511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절반에 해당한다. 단기차입금 규모가 큰 만큼, 자금 조달이 급선무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가 기대를 모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11월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현대오일뱅크 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 확보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가 금융당국 감리로 인해 상장이 연기되면서 자금운용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지주사 전환 이후 두번째 회사채 발행에도 현대오일뱅크의 IPO 연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투자자 모집 결과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의 10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 550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5배가 넘는 수요 확보에 회사는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 중이다.

    최근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약 1조8000억원)를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재무개선에 긍정적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이번 매각으로 부채비율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재무개선 효과로 신용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번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에 성공하면서 시장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자금 추가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지난 1일부터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한 실사에 착수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을 상대로,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각각 실사에 들어간다.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등 각각 자문사를 구성해 8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인수계약과 관련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맺은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 한국산업은행의 크레딧 라인 1조원 선인출한 뒤, 현대중공업이 1조원 상당을 2021년까지 추가로 지원할 것을 약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재무지표 악화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215% 수준이다. 총차입금은 3조3705억원에 단기차입금 규모는 1조8488억원에 달한다.

    실적도 부진하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조4351억원, 영업손실 15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6% 늘었지만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점에서 자금 소요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환 부담과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 부담이 존재한다"며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한 재무부담은 향후 조선업황 및 실적 변동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