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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운영 주체가 대기업 계열사라 피해를 보상한다는 약속을 믿었다. 지난 1년간 공사로 수억 원 대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공사가 끝난 지금도 떠난 손님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서울역 바로 앞에 위치한 LG서울역빌딩(이하 LG빌딩)은 2, 3년전 건물주가 STX에서 LG로 바뀌면서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산뜻해진 외관과 편의시설이 보강되면서 입주사들의 만족도는 올라갔다.
하지만 지하층 입주상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공사 기간 중 분진, 누수 등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다. 공사 시작 전 "피해를 보상한다"는 약속이 있었기에 보상을 기대했지만 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LG서브원은 거절했다. 공사와 매출 손실 간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다.(주)LG는 지난 2016년 STX그룹으로부터 서울역 인근 STX남산타워를 인수해 LG서울역빌딩으로 이름을 바꿨다. 운영은 건물관리 사업 등을 영위하는 LG 계열사 서브원이 맡고 있다. LG서브원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18년 3월, 같은 해 8월부터 12월까지 2회에 걸쳐 총 10개월간 건물 내·외부 공사를 진행했다.
식당,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세입자들은 공사기간 중 영업 손실이 상당했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세입자는 LG 측이 공사 개시 동의를 얻을 때만 해도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지만, 공사 이후 입장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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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340평 규모의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세입자 최 씨는 “공사기간 동안 손님 진입 동선에 펜스를 쳐 유입이 현저히 떨어졌고, 영업시간 내 발생한 정전·누수 등으로 식사 중인 손님을 대피시킨 상황도 있었다”면서 “손해가 상당함에도 LG서브원 측은 당초 약속한 보상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손실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최 씨는 건물 공사로 월 3000만원 가량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연 2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공사 이후 17억원으로 떨어졌다. 행사 등 단체 고객위주로 매출을 일으켜온 만큼 공사동안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다. 임대료, 종업원 인건비, 재료비를 고려한 월 손익 분기점은 1억5000만원 수준이지만, 적자를 보는 달도 허다했다.
최 씨는 “공사 전 LG서브원 법무팀에 서면으로 된 보상 서류를 요청했지만, 회사를 믿어달라며 구두로 보상을 약속했다. 공사 동의서에 명시된 ‘피해 보상에 만전을 기하겠다’라는 말과 회사를 믿었지만, LG 측은 이제와 문구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 점포를 포함해 편의점 등 소규모 점주의 피해도 상당하며, 당장 대기업과의 분쟁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점주 최 씨는 현재 LG서브원 측을 대상으로 법정 소송을 준비 중이다.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청, 중구청 등에 제기한 민원에서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LG의 이같은 대응은 자영업자를 기만하는 행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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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서브원 측은 공사와 영업피해 간 연관성 입증이 어려워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사 동의를 얻으며 각 세입자에게 구두로 약속한 보상은 현재 담당자가 바뀌어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특히, 동의서에 명시된 ‘피해 보상’ 관련 문구는 외벽 페인트, 벽지 등 물질적 피해에 국한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LG서브원 관계자는 “세입자 측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피해 보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면서 “당시 현장에서 구두로 진행한 약속 여부에 대해선 사실관계 파악 중에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