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 측 "2017년 당시 2액 성분보다 인보사 생산가능 여부에만 초점"코오롱생명과학 고의적 은폐 의혹 이어 식약처 직무유기 논란까지 불거져
  • ▲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 ⓒ코오롱생명과학
    ▲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이 자회사 코오롱티슈진보다 2년 늦게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성분이 변경됐다고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 은폐 의혹뿐만 아니라 식약처의 직무유기 논란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2액이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GP2-293세포·이하 293세포)로 구성됐다는 사실을 지난 2017년 3월에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다.

    이러한 정황은 미쓰비시다나베와 진행 중인 국제상업회의소(ICC) 소송으로 인해 드러났다. 미쓰비시다나베는 지난 2016년 11월 코오롱생명과학과 5000억원 규모의 인보사 일본 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가 2017년 말 계약을 파기한 회사다.

    ◆ 코오롱티슈진 측 "2017년 당시 2액 성분보다 인보사 생산가능 여부에만 초점"

    해당 공시에 따르면, 인보사 세포 변경 인지 시점이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월 말,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2017년 3월로 엇갈리게 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월 말 STR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인보사의 2액이 293세포라는 것이 확인돼  자발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보고했다고 주장해왔다. '고의적 은폐'가 아닌 '우연한 실수'였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었다.

    더구나 국내 허가 4개월 전이라는 시점을 고려해보면 실수였다기보단 고의로 인보사 성분 변경을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인보사는 지난 2017년 7월 12일 국내 제29호 신약으로 허가 받았다.

    이에 대해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당시 회사 담당자가 위탁생산처(론자)가 보낸 결과를 살펴볼 때, 생산가능 여부에 대해서만 중점적으로 확인하다보니 인보사 2액의 유래세포에 대해서는 미처 살피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만약 경영진이 인보사의 2액이 바뀐 것을 당시 알았다면 고의로 은폐했다는 게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겠지만, 경영진은 이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며 "(코오롱티슈진의) 미국인 연구원이 국내 코오롱생명과학에 허가 승인 여부까지 고려하면서 숨겼을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당시 경영진은 2017년 당시 인보사 성분 변경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간 업계에서도 293세포를 발견한 시점이 너무 늦어진 것에 대해 연구진이 인지했으면서 경영진에게 뒤늦게 알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코오롱티슈진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구심이 남는다. 양사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의약품의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 2년이라는 시간 차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인보사는 성장인자 유전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로 구성된 2액 덕분에 유전자치료제 허가를 받았다.

    ◆ 코오롱생명과학 고의적 은폐 의혹 이어 식약처 직무유기 논란까지 불거져

    이번 일로 인해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적 은폐 의혹뿐만 아니라 식약처의 허가과정에서의 직무유기 논란까지 불거지게 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7일 성명을 통해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적 은폐행위와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과정에서의 직무유기에 대해 경찰과 감사원은 수사와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 수사를 통해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 은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약사법 위반죄 이외에도 사기죄, 공문서위조죄 등이 추가로 성립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심의과정 또한 의심스럽다"며 "식약처는 정부당국, 학회, 전문가, 시민·소비자·환자단체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해당 환자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해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특히 오는 20일 경에 미국 코오롱티슈진, 우시, 피셔 등을 방문해 세포가 바뀌게 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된 2017년 3월 코오롱티슈진이 신장세포임을 확인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현지실사를 통해 철저히 확인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한 시험 검사 결과, 현지 실사 결과, 코오롱티슈진이 성분 변경에 대해 인지한 시점 조사,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중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행정처분 등 조치할 예정이다.

    코오롱티슈진 측은 "이번 달에 예정돼 있는 식약처의 실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