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테크노마트, 싸게 파는 '휴대폰 성지'로 불려말없이 계산기로 대화… 전문용어 모르면 일반 대리점과 동일
  • ▲ 스마트폰의 성지로 불리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박소정 기자
    ▲ 스마트폰의 성지로 불리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박소정 기자
    세계 첫 5G폰인 '갤럭시S10 5G'에 이어 두 번째 5G폰인 LG전자의 'V50 씽큐'가 출시되면서 SKT, KT, LGU+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5G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5G폰 공시지원금이 파격적으로 오르면서 다수의 요금제 구간에서 선택약정 할인금액보다 공시지원금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소위 '휴대폰 성지'라고 불리는 특정 지역에서는 5G 및 최첨단 기술이 담긴 갤럭시S10 5G 스마트폰이 20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하고, LG전자의 V50씽큐는 공짜 혹은 페이백을 받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IT알못(IT를 잘 알지 못하는)이자 호갱님(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인 브랜드브리프 기자는 최근 스마트폰의 성지로 불리는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방문해 5G폰을 정말 최저가에 살 수 있는지 탐방해봤다.
  • ▲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이동통신 대리점 밀집 지역 ⓒ박소정 기자
    ▲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이동통신 대리점 밀집 지역 ⓒ박소정 기자
    신도림 테크노마트에 도착해 9층 이동통신 매장으로 올라가자 수십개의 대리점들이 빼곡히 모여 있었다. 한바퀴 돌아본 뒤 상담받을 대리점을 선택하려고 했지만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이어지는 호객 행위에 떠밀려 입구쪽 대리점에 반 강제로 앉게됐다.

    "5G로 휴대폰을 바꾸려고 하는데 얼마정도 하나요?"

    질문을 건네자 직원은 "가격은 얼마정도 알아보고 오셨어요?" 라고 되물었다. 가격 정찰제라면 가능하지 않은 대답이었다. 

    기자는 갤럭시S10 5G(256GB) 출고가 기준으로 반값에 해당하는 70만원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갤럭시S10 5G 256GB 모델은 출고가가 139만7000원이다. 512GB 모델은 155만6500원이다. 

    원하는 가격을 얘기하려고 하자 대리점 직원은 황급히 기자의 말을 막고 계산기를 내밀며 숫자를 입력하라고 했다. 

    계산기에 '70'이라는 숫자를 입력하니 통신사를 이동하면 60만원 정도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역시도 '60'이라는 숫자를 계산기에 입력해 알려줬다. 계산기 대화를 시작하고 나니 그제서야 9층에 대리점 곳곳에 보이는 '녹음 금지' 인쇄물이 보였다. 

    불법 보조금 단속을 피하기 위해 녹음을 금지하고 대화를 할 때도 녹음이 불가능하게 계산기를 이용해 숫자를 표시하는 것이다. 

    상담을 하고 있는 도중 다른 손님이 옆자리에 앉았다. 상담을 시작하자마자 그 손님은 'S10 5G 현완 SK 기변 75'라는 암호같은 말을 건네더니 그들은 이내 계산기 대화를 시작했다. 

    그때 '아, 내가 정말 휴대폰 세계를 아무것도 모르는 호갱처럼 보였겠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기자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보이자 직원은 카드 발급이나 선택약정을 하면 조금 더 할인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휴대폰 성지'가 아닌 일전에 방문했던 시내 통신사 직영점에서도 안내 받았던 가격과 비슷한 수준일 뿐 더 싸게 살 수 있는 제안은 아니었다. 

    이번 상담은 누가 봐도 '초짜'처럼 보였던 것 같아서 철수하기로 했다. 전문가적인 느낌을 풍기며 상담을 받던 옆 자리 손님은 기자가 그 대리점을 떠날 때 쯤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만이 아는 비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된 듯 했다. 

    첫 번째 상담을 마친 뒤, 기자는 조금 더 전문가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옆 손님이 암호처럼 얘기했던 'S10 5G 현완 SK 기변 75'이 무엇인지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이는 '갤럭시S10 5G 제품을 SK텔레콤으로 통신사 변경을 하고 75요금제(스탠다드)에 해당하는 제품을 현금으로 바로 납부하는 방법'을 짧게 줄인 말이었다.
  • ▲ 통신사 대리점 전경 ⓒ박소정 기자
    ▲ 통신사 대리점 전경 ⓒ박소정 기자
    정보를 습득한 뒤 다음 대리점을 찾으러 나섰다. 두 번째 대리점에선 준비한대로 'S10 5G 현완 SK 기변 75'라고 말한 후 상담을 시작했다. 

    두 번째 대리점 역시 상담을 시작하고 금액은 얼마로 알고 방문했냐는 질문을 하며 계산기를 내밀었다. 이에 47을 입력해 상담을 시작했다. 거의 출고가 3분의 1에 해당하는 가격이었으나 '한번 질러보자'라는 생각으로 던져봤다. 대리점은 현금 완납 조건으로 43만원이라는 가격을 제시했다.

    이는 출고가의 3분의 1 가격에 해당하는 가격이었고 첫 번째 상담때보다 약 30% 할인된 가격이었다. 문구 하나만 외워갔을 뿐인데 파격적인(?)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갤럭시S10 5G를 30만원대에 구매했다는 직장인 이정은 씨는 "휴대폰 성지만의 대화법이 이렇게 폐쇄적인지도 몰랐고 요금제나 줄임말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며 "동행한 사람이 이런 쪽 전문가라서 싸게 샀지만 만약 혼자 일반 대리점에서 샀으면 억울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는 직원에게 "최근 20만원대에도 거래됐다고 하던데 그 가격은 없나요?" 라고 물었다. 직원은 이게 최대치라며 그런 가격은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무작정 싸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고 알려진 '휴대폰 성지'에 간다고 해서 모두가 최저가에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자가 처음에 방문한 대리점의 가격은 일반 동네 대리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 대리점에 디스플레이 해놓은 삼성전자 갤럭시S10 ⓒ박소정 기자
    ▲ 대리점에 디스플레이 해놓은 삼성전자 갤럭시S10 ⓒ박소정 기자
    싸게 살 수 있다는 믿음만 갖고 방문한다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 십상이다. 가격뿐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사항을 미리 정해놓고 대리점을 돌면서 거기에 맞는 가격을 제시해 흥정을 벌여야만 했다. 

    기기변경, 번호이동, 카드할인, 현금납부 등 선택하는 조건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휴대폰 구매 전 자신에게 꼭 맞는 조건을 확실하게 정하고 그에 맞는 최저가를 공략할 것을 추천한다.

    국내 이통사들은 5G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공시지원금을 늘리고 있다. 

    27일 기준 통신요금 종합포털 스마트초이스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10 5G(512GB) 모델의 공시지원금은 최고가 요금제 기준으로 SKT 63만원, KT 78만원, LGU+ 61만5000원 수준이다. LG전자 5G폰 V50 씽큐의 공시지원금은 SKT 59만8000원, KT 60만원, LGU+ 57만원 수준이다.
  • ▲ 이동통신 3사 공시지원금 ⓒ 조현준 그래픽 기자
    ▲ 이동통신 3사 공시지원금 ⓒ 조현준 그래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