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한화·롯데·CJ 등 대기업 손사래 치는 상황서 애경 급부상인수 시 제주항공과의 시너지 기대, 장거리노선까지 커버 가능자금조달이 관건, 자칫 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 초래할 수도
  • ▲ ⓒ제주항공
    ▲ ⓒ제주항공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꺼져 가던 인수전이 애경그룹 덕분에 불씨를 살려가는 모양새다. SK·한화·롯데·CJ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손사래를 치던 상황에서 애경이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기 때문.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곳과 달리 애경은 항공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시너지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전망이다. 다만, 자금조달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매각주관사 선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성증권이 거론되고 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 인수전에 참여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도 “경쟁사 상황 파악 차원에서 스터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업계에서는 진에어가 면허 취소 위기에 놓이자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을 앞세워 진에어를 인수할 것이란 얘기가 돌왔다. 당시에는 진에어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도 않았음에도 앞질러 예측했던 것들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긍정적인 관점에서 아시아나를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대기업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없을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 협상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부담되지 않는 수준에서 아시아나를 인수하게 될 경우 애경그룹은 기존의 제주항공과 함께 엄청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항공사를 운영해본 노하우를 갖췄다는 측면에서는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되는 강점을 갖는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매출 1조2566억원, 영업이익 1023억원을 기록하면서 애경그룹의 든든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현재 42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45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운항 노선의 경우 지금은 방콕이 가장 길지만, 7월에 부산~싱가포르 노선을 취항할 예정이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할 경우 대한항공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유럽이나 북미 같은 장거리 노선이 더해지면 모든 노선이 커버될 수 있어서다.

    ◇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 등 우려 제기

    문제는 2조원대 전후로 예상되는 인수 자금 마련이다. 업계에서도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SK·한화·롯데·CJ 등 대기업들과 달리 애경그룹은 재계순위 58위로, 자산총액이 5조2000억원이다. 애경그룹은 지주사인 AK홀딩스를 중심으로 애경산업, 애경유화, 애경백화점 등 4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AK홀딩스의 유동성 자산은 1조3000억원이며, 현금성 자산은 5100억원에 이른다. 제주항공은 30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다.

    애경그룹 자체 힘만으로는 인수 자금 마련이 녹록하지 않으며, 자칫 무리한 인수가 이뤄질 경우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자금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이며, 외부에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 성사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자칫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는 얘기다.

    단순히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함께 인수하면 규모만 커지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고, 기종 운용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질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