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매각, 정부·산은이 쥐락펴락박삼구 떼어내고 자금 몰아주고… '몸값 올리기' 시나리오 착착 미운털 박힌 금호아시아나 사실상 해체, 정부 입맛대로 새주인 정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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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사실상 정부 입맛에 맞게 돌아가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으로부터 손을 떼게 한 뒤 주주도 아닌 산업은행이 주연 행세를 하고, 정부가 감독을 자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민간 기업 매각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이 이미 내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 마저 나오고 있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이례적으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23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에 영구채 매입 5000억원, 신용한도 80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자본을 확충하고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해야 할 일을 이례적으로 홍 부총리가 나서서 가르마를 탄 것이다. 이제부터 아시아나는 정부가 컨트롤하고 매각도 직접 관여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당초 요청했던 자금은 5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정부는 1조6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의구심이 든다.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주면서 아시아나를 부채의 늪에 떠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물론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찔끔찔끔 지원하기 보다는 확실히 도와줘 최대한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3배 이상의 지원은 그 배경을 의심케한다.

    앞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 경영정상화를 위해 5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요청했다. 하지만 산은은 박 회장이 물러나는 등 대주주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며 거부했고,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이 포함된 수정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같은 정부 및 산은의 행보를 보면서 업계에서는 단계별 시니라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을 금호아시아나그룹, 즉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분리시켰다. 박 회장의 가성 매각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1단계가 성공한 것이다.

    2단계로는 아시아나에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정부가 주체자로 둔갑했다. 이른바 아시아나 코를 꿴 상태에서 몸값 올리는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3단계로는 정부 입맛에 맞는 기업에 아시아나를 고스란히 넘겨주면서 서로 윈윈하는 모양새로 마무리 되는 것이다. 항공산업은 기업들 입장에서 탐이 나는 분야다. 품격을 올려주는 측면이 크고, 전 세계를 누비기 때문에 홍보 효과도 탁월하다.

    일련의 움직임은 박 회장이 정부 및 산은에 미운털이 박힌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제 정부가 3단계로 아시아나 새주인을 어떤 곳으로 낙점했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SK, 한화, CJ, 롯데, 애경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호반건설이나 사모펀드 등도 입질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인수로 반도체 호황을 이끌며 M&A의 승부사로 불리는 SK 최태원 회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막판에 롯데카드 본입찰에 불참한 한화도 강력하게 부상 중이다. 삼성과의 방산 및 정유 부문 빅딜로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던 김승연 회장의 반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정부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시나리오의 마지막회가 초미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