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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을 두고 주변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 지역에서 최근 분양된 아파트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며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연말까지 수만가구가 쏟아질 예정이어서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만큼 주민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인천 검단신도시에 들어설 '검단파라곤 1차' 1·2순위 청약 접수 결과, 특별공급을 제외한 874가구 모집에 264가구만 접수해 610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특히 이 단지는 1순위 청약을 신청하기만 해도 20만 원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의 마케팅을 펼쳤지만 1순위 신청자는 65명에 불과했다.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급 청약 역시 378가구 모집에 13명만 신청했다.
3기 신도시로 검단신도시 인근 인천 계양과 부천 대장이 선정되면서 주택수요자들이 청약을 미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천 검단의 경우 3기 신도시인 계양과 거리상 10㎞ 안팎에 불과하다. 인천 계양은 부천 대장과 동쪽으로 붙어있다. 부천 대장은 2만가구, 인천 계양은 1만7000가구 공급이 잡혀있어 3기 신도시 대기수요가 생겨난 것이다.
실제 3기 신도시 발표 전인 지난해 10~11월 분양된 검단 호반베르디움과 검단 금호어울림 센트럴의 경우 평균 경쟁률이 각각 6.25대 1, 5.14대 1을 기록해 분양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계양 신도시 발표 이후 한신더휴가 0.94대 1의 경쟁률, 센트럴푸르지오도 0.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후 대방노블랜드는 0.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2기 신도시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상태에서 3기 신도시가 발표된 탓에 수도권 외곽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추가 신규물량이 나온다해도 미분양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로 선정된 남양주 왕숙지구 인근 양주 옥정에서 분양한 '중흥S-클래스 센터시티'도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서울 접근성 측면에서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고양시나 남양주시가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 큰 문제는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 인천 검단, 양주 옥정 등 3곳에서 이달말부터 연말까지 1만여 가구의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연말까지 인천 검단에서 5512가구 분양이 예정돼 있다. 양주 옥정은 4994가구, 파주 운정은 2792가구 등이 공급을 앞두고 있다.
이들 지역은 최근 집값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인천 서구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0.44%를 찍은뒤 지난달까지 4개월째 하락세다. 같은 간 계양구는 2월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률을 기록해 대조된다.
파주 운정이 속한 파주시도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양주 역시 1월 0.08%로 반짝 올랐지만 이후 가파르게 내렸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3기 신도시가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겠지만 1·2기 신도시 집값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며 "교통 대책 외에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인센티브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