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대책이 지역구에 치중… 지난 총선 공약 재탕선관위도 "논란의 여지 충분하다" 인정… 자체 조사철도업계 "예타만 몇 년 걸려… 지금, 직접 발표했어야만 했나"
  • ▲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국토부 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수도권 서북부 교통 확충 대책을 내놨다.ⓒ국토부
    ▲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국토부 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수도권 서북부 교통 확충 대책을 내놨다.ⓒ국토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놓은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개선 대책과 관련해 사실상 사전선거 운동이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논란의 여지는 있다"고 했다. 다만 "내용상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김 장관은 지난달 23일 세종시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와 인천지하철 2호선 일산 연결을 뼈대로 하는 서북부 광역교통개선 대책을 내놨다.

    김 장관이 대책을 발표하자 사실상 사전선거 운동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 2호선 일산 연장, 대곡~소사 연장운행 등 대책들이 김 장관 지역구인 경기 고양 일산을 지나기 때문이다.

    한 퇴직 철도전문가는 "GTX-A 사업을 제외하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없다"며 "국가철도망계획 등에 대안으로 나왔다가 경제성이 불투명해 빠졌던 사업들을 주워 모은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기자간담회 질문을 빌미로 자신과 관련한 (지역구) 얘기만 한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반응은 일산 신도시 주민들도 대동소이하다. 일산신도시연합회는 지난달 24일 입장문을 내고 "인천 2호선, 대곡소사선 연장, 3호선 파주 연장 등은 10여년 전부터 내놓은 선거용 홍보 상품일 뿐"이라며 "새로운 게 없는 지난 총선 공약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김 장관이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경기 고양시(정)에 출마하며 대곡에서 김포공항을 거쳐 소사전철사업을 조기 완공하고, GTX 완공을 앞당기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를 되풀이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최정호 전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본의 아니게 여의도 복귀가 무산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발이 묶인 김 장관이 사실상 우회적으로 지역구 관리에 나섰다는 시각이 적잖다.

    검단·다산신도시 주민도 김 장관이 발표한 대책이 기존에 나왔던 것에 불과하고 대부분 일산에 치우쳐있어 지역구 챙기기라는 견해다.
  • ▲ 3기 신도시 계획 규탄.ⓒ연합뉴스
    ▲ 3기 신도시 계획 규탄.ⓒ연합뉴스
    선관위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선관위는 "(김 장관 발언에) 선거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내용만으로는 사전선거운동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선관위는 발표 내용이 "김 장관의 지역구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인정했지만, "국토부 장관으로서 관련 정책에 대해 발언한 것"이라고 봤다. 또한 "(사전선거 운동과 관련해) 논란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면서도 "장관으로서 직무상 행위로 보이므로 위법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김 장관 발표 내용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사안이 사전선거 운동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자체적으로 내용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선관위 자체 유권해석에도 김 장관의 사전선거 운동 의혹은 좀처럼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장관이 직무상 한 발언이라 하더라도 사업의 특성과 발표 시기를 놓고 봤을 때 발언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많다. 한 철도전문가는 "인천 2호선 일산 연장의 경우 양방향 이용 패턴이 달라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면서 "현재 구체적인 사업비나 노선도 확정된 게 없는 상태여서 예타가 끝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장관의 발언 내용이 지금이 아니면 안 될 만큼 시급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발표 내용을 보면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되는 것들이다. 사업을 검토한 후 차기 장관이 발표해도 된다. 굳이 김 장관이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내용을 직접 발표해야만 했는지 의문이다"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활동에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3기 신도시 추가 발표로 지역구민이 반발하자 현역의원이면서 국토부 장관인 프리미엄을 십분 이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고 했다.
  • ▲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개선 구상안.ⓒ국토부
    ▲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개선 구상안.ⓒ국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