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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고의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이 공전했다. 검찰의 증거 인멸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이날 오전 10시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 TF 서모 상무 등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들은 삼바의 4조 5000억원대 고의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날 백모 상무와 서모 상무 외에도 삼바 보안 실무 담당 직원 안모 씨,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인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 등 5명이 모두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의 입장을 듣고 향후 입증 계획을 정리하기 위해 열린다.
그러나 이날 기일에서 삼성 측 변호인들은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밝힐 수 없었다. 아직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거 열람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측 변호인은 "현재 수사기록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의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아직 공범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열람을 제한하고 있다"며 "증거인멸 수사가 내달 초 마무리될 예정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공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증거인멸 수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새로운 공범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증거인멸 관련 혐의로 구속된 삼성 측 임직원은 총 8명이다. 이에 따라 향후 공소장도 변경될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사실관계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변론 준비를 하기 어렵다"며 "수사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기한을 확정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기소가 되면 (수사기록) 열람이 가능한 상태가 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검찰에 기록 열람 가능 기한을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검찰은 내달 8일까지 수사기록 열람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재판부는 삼바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된 3가지 사건을 병합해 진행하기로 했다.
백모 상무와 서모 상무는 삼바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들이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증거 인멸을 지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안모 씨는 이 과정에서 삼바 공용서버를 빼돌리는 등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도 증거 인멸·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2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