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지난 2일 '펙사벡'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 3상 중단 공시첨단바이오법 통과 불구, '신라젠發 악재'에 바이오株 동반하락
  • ▲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였다. ⓒ박성원 기자
    ▲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였다. ⓒ박성원 기자

    끊임없는 악재로 신음을 앓던 국내 바이오 업계에 단비가 될 첨단바이오법이 3년 만에 겨우 통과됐지만 지난 2일 오전 '신라젠 쇼크'가 터지면서 빛을 바랬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첨단바이오법 통과를 계기로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신라젠 쇼크로 인해 대부분의 바이오주가 동반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첨단바이오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제정을 앞두게 됐다

    첨단바이오법은 기존 합성의약품과 다른 특성을 가진 바이오의약품을 관리하기 위해 기존 약사법, 생명윤리법 등으로 나뉜 관련 규제를 일원화하는 법이다.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심사기준을 완화해 맞춤형 심사, 우선 심사, 조건부 허가가 가능해져 신약 심사 기간이 3~4년 단축된다.

    특히 희귀·난치 질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제를 임상연구 목적으로 국내 의료기관에서 시술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국내 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여할 수 없어 일본이나 미국으로 원정치료를 떠났던 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일제히 첨단바이오법 통과를 환영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번 법 제정을 통해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연구개발에 기반한 제약바이오산업계의 국제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제조·품질관리 강화를 통해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 우려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첨단바이오법은 '더욱 더 투명하고 안전한 절차를 통한 국민 건강을 위한 양법(良法)"이라며 "첨단바이오법을 통해 그간 규제로 가로막혔던 유전자치료제, 줄기세포치료제 등과 같은 첨단바이오기술의 연구와 산업화를 글로벌 수준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처럼 찾아든 단비 같은 소식에도 불구하고 제약·바이오 업계는 침울한 분위기다. 신라젠 쇼크의 여파가 당분간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신라젠은 지난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ee, 이하 DMC)가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 3상 시험(PHOCUS)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용성 평가에서 펙사벡의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아 사실상 펙사벡이 간암 치료제로서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지난 2일 신라젠 쇼크로 인해 헬릭스미스(-5.77%), 메지온(-3.58%) 등 연내 미국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셀트리온(-4.11%), 제넥신(-5.97%), 메디톡스(-5.95%), 레고켐바이오(-5.37%) 등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신라젠은 지난 4일 기자·애널리스트 대상 긴급 간담회를 열었지만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신라젠은 5일 장 초반부터 가격제한폭(29.97%)까지 떨어진 2만 1850원을 기록하며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것이다.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첨단바이오법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줄기세포 치료제 업체들의 주가가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오후 1시51분 기준으로 파미셀(-15.86%), 메디포스트(-8.21%), 강스템바이오텍(-8.96%), 차바이오텍(-11.47%), 안트로젠(-10.67%) 등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한미약품(-6.68%), 종근당(-5.90%), 대웅제약(-6.43%) 등 상위 제약사들뿐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7.00%), 셀트리온(-7.65%), 셀트리온헬스케어(-6.56%) 등 바이오 대장주도 부진한 상태다. 툴젠(-12.14%), 제넥신(-8.63%), 헬릭스미스(-11.03%), 메디톡스(-17.77%) 등 대부분의 바이오주가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바이오법이 몇 차례 고배를 마셨다가 통과됐기 때문에 다소 김이 빠진 감이 있다"며 "신라젠 쇼크라는 악재가 첨단바이오법 통과라는 호재를 덮어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