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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안방임에도 항공 관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제주도 남단의 항공회랑(특정 고도로만 비행할 수 있게 설정된 일종의 공중 통로)을 정상화하기 위해 일본에 협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일본과 함께 제주 남단 항공회랑을 이용하며 관제까지 하는 중국에 대해선 단계적 접근을 얘기한 데 비해 일본에는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일각에선 제주 남단 항공회랑 관제 정상화를 위해 한국이 제안한 새 항공로 개설이 항공안전을 담보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10일 정부세종청사 6동 브리핑실에서 한·중·일 3국이 관제권을 놓고 이해관계가 얽힌 제주 남단 항공회랑의 정상화와 관련해 이해 당사국 간 협의 경과를 설명했다.
제주 남단 항공회랑은 이어도에서 남쪽으로 50㎞쯤 떨어진 공해 상공에 설정된 비행 구역이다. 이곳은 우리가 관제권 등을 행사하는 인천비행정보구역(FIR·항행안전관리 책임공역) 내에 있음에도 중국과 일본이 관제권을 갖고 있다. 동경 125도를 기준으로 왼쪽은 중국, 오른쪽은 일본이 각각 관제를 맡는다. 한중 외교 수립 이전인 1983년 1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중재로 중~일 직항로가 항공회랑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공회랑 설정 당시만 해도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비행기가 10여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하루평균 880대의 비행기가 다니는 비행안전 주의지역이 됐다는 점이다. 우리가 관제를 보는 동남아행 항공로와 교차해 안전에 취약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우리 정부는 비행안전을 확보하고자 (제주지역을 지나는) 새 항로 개설을 ICAO와 중국, 일본에 제안했다"면서 "ICAO와 중국은 기본방향에 공감하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본은 응답을 회피하다가 현행 항공회랑을 유지하면서 기존 항공회랑 내 복선화를 추진하자는 입장을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일본 정부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일본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안전하게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게 책임을 다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제주 남단 항공회랑 내 위험지역을 관제하는 일본 후쿠오카관제소에 대해 직접 안전감독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태도다. 후쿠오카관제소가 국제 기준에 맞게 관제업무를 보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6일 일본 항공 당국에 안전관리 실적, 비정상적인 상황에서의 조치 절차, 최근 발생한 안전이벤트 사후 조치 내용 등의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본에서 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로선 원칙적으로 한다면 우리가 관제하는 게 맞기 때문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일각에서는 한국의 신항로 개설 제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국토부 설명으로는 일본은 그동안 제주 남단 항공회랑에서 사고가 없었고, 새 항공로가 40마일쯤 비행거리가 늘어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견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일본은 항공 안전 문제를 (우리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도 했다.
국토부는 안전 문제를 우선시한다. 권용복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신항공로는 항공회랑과 달리 정식 항공로여서 필요한 경우 고도를 바꿀 수 있으므로 안전하다"며 "신항공로가 개설되면 제주 남단 항공회랑의 교통량이 70%쯤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새 항공로가 생겨도 기존 교통량의 30%쯤은 여전히 제주 남단 항공회랑을 이용하므로 위험성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국토부의 대안이 일본에서 수긍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중국에는 말을 아낀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권 실장은 중국의 기본적인 공감에 대해 "(중국은) 항공안전 문제와 관련해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는 기본원칙에 대해 (우리와) 같은 생각"이라며 "다만 세부적인 추진계획과 내용에 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중국의 속내는 제주 남단 항공회랑을 유지하는 것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중국과는 서울~상해 노선 신설에 대해 긴밀히 협의 중"이라며 "일단 한~남중국 노선을 추진하고 한·중·일 연결 신항공로는 추후 단계적으로 해나간다는 공감대"라고 설명했다. 즉 중국은 서울~상해 노선 신설을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뿐, 제주 남단 항공회랑에 대해선 일본과 마찬가지로 유지하길 희망하는 셈이다. 중국은 푸동공항이 제주 남단 항공회랑과 가까워 새 항로 개설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항공회랑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으나 중국에서 사실상 반대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귀띔했다. -
한편 이날 브리핑에서 김 장관은 발언을 위해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은 뒤 질문을 받지 않고 바로 퇴장해 눈총을 샀다. 애초 이날 브리핑은 권 실장이 나서 설명하는 것으로 돼 있다가 돌연 김 장관이 등장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김 장관은 TV뉴스 카메라에 얼굴도장만 찍고 빠지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안전문제에 대해 (김 장관이) 직접 상대(일본 정부)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