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기준금리 우려…국고채 등 국내 채권 금리 하락세실손보험 손해율 130%, 자동차보험 손해율 80% 중반
  • 보험사들이 최근 계속된 저금리 기조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업계 경쟁 심화 및 손해율 상승 등으로 대내외적인 영업환경도 악화되며 큰 고충을 겪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생명보험사 및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생보사의 경우 올 상반기 순이익은 2조128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487억원) 대비 3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손보사의 경우도 전년 동기 대비 29.5% 감소한 1조485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이 보험사들의 영업수익이 크게 줄어든 원인은 크게 ▲저금리 현상 ▲손해율 상승 ▲업계 경쟁 심화 ▲환율 불안 등 4가지로 꼽을 수 있다. 

  • ▲ 국고채 3년 및 5년 만기 금리 추이ⓒ금융투자협회
    ▲ 국고채 3년 및 5년 만기 금리 추이ⓒ금융투자협회
    ◆저금리 기조 지속, 만기도래 저축성보험 역마진 우려 

    국내 보험사의 경우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국고채 및 회사채에 투자한 운용수익률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한 이후, 10개월째 동결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오는 10월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 국고채 금리 역시 하락세를 겪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고채 3년 만기 및 5년 만기 금리는 각각 1.24%, 1.29%였다. 이는 약 3주 전보다 각각 0.14%p, 0.16%p 상승했으나, 지난해 10월 대비 0.84%p, 0.92%p 급격히 하락한 수치다. 

    이로 인해 보험사들이 현재 보유 주식 및 부동산 매각을 통해 운용수익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운용수익률 크게 악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과거 연 5% 이상 금리를 보장한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한 생보사의 경우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생보사의 투자영업이익은 12조32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673억원(5.1%)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 이익(1조897억원)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투자영업이익은 오히려 4224억원 증가했다. 

    반면 보험영업손실은 11조8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40억원 늘어났다. 이는 저축성보험 만기도래로 인해 지급보험금이 2조5000억원 증가하고, 책임준비금 전입액이 2조원가량 감소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 인하 우려로 채권금리가 일제히 인하되면서 보험사의 투자수익률 역시 악화되고 있다”며 “특히 과거 연 5% 이상 금리를 보장한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의 경우 역마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 ⓒ금융감독원
    ▲ ⓒ금융감독원
    ◆실손보험‧車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사 수익 악화

    실손의료보험 및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역시 보험사의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약 130%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손해율이 급상승한 데는 최근 의료비 청구금액 및 청구건수가 늘어나면서 손해액이 급증한 데 있다. 최근 몇 년간 평균 15%의 상승률을 보이던 손해액은 금년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0% 급상승했다. 

    이로 인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가 계속 늘고 있다. 생보사의 경우 지난 2017년 14곳에서 현재 9곳으로 줄었다. 손보사 역시 한때 13곳에서 실손보험 상품을 내놨으나, 현재 10곳만 판매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역시 심각하다. 삼성‧현대‧DB‧KB‧메리츠 등 국내 주요 손보사의 8월 누적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1~88.1%를 기록했다. 이는 손익분기점이 되는 자동차보험 손해율(76∼78%)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더군다나 이달 태풍 ‘링링’의 피해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더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과 함께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올해 급격히 상승하며, 보험영업 손실을 더욱 확대시켰다”며 “궁여지책으로 블랙박스‧마일리즈 등 할인 특약의 할인 폭을 줄이고 있으나,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 ◆IFRS17 등 대비 보장성보험 경쟁 심화

    보장성보험 시장에서 우위를 두고, 보험사간 출혈경쟁 역시 영업수익 악화에 한몫했다. 

    최근 보험사들은 2022년 도입 예정인 IFRS17(신 국제회계기준) 및 K-ICS(새 지급여력제도) 등을 대비해, 저축성보험이 아닌 보장성보험의 강화하고 있다. IFRS17이 도입되면 부채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는데, 이 경우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을수록 부채 비율이 높아져 더 많은 자본을 투자받아야 한다. 

    따라서 최근 몇 년간 GA(독립법인대리점) 시책 상승 및 보험가입한도 확대 등 보험사간 경쟁을 벌여왔다. 

    대표적으로 올해 초 손보사간 치매보험 경쟁이 불며, 한때 경증치매 진단비가 3000만원까지 상향되기도 했다. 갑상선암‧피부암‧경계성종양 등 유사암 진단비 역시 5000만원까지 확대됐다. 두 보험 모두 금감원의 제재로 업계누적 가입한도가 도입되면서 일단락 됐다. 

    하지만 여전히 보험사들은 ▲유병력자 초간편심사보험 ▲부위별 암보험 등 다양한 신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손보사뿐 아니라 생보사들도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며, 뇌졸중뿐 아니라 뇌혈관질환까지 보장 담보를 확대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환율 불안 환헤지 비용 증가

    한‧일 및 미‧중 무역 갈등으로 환율 불안 역시 보험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환율 변동 폭이 커지면 해외채권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환 헤지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지난해부터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현상이 자주 발생하며, 원/달러 스왑포인트(선물환율 대비 현물환율의 차)가 마이너스가 돼 환 헤지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생보업계의 외화유가증권 투자금액은 2015년 47조8598억원, 2016년 77조5901억원, 2017년 87조1979억원, 2018년 97조8935억원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100조4003억원을 기록했으며, 외화유가증권 투자금액 증가로 환율 변동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1일 기준 1192.7원이다. 지난 8월 13일 1223원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잠정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 6월 말(1155.5원) 대비 3.2%(372원)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아직도 환율 변동 폭이 큰 만큼, 대내외 변수에 따라 환율이 다시 상승할 우려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 갈등 등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환율 변동 폭이 커지며 환헤지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해외 투자가 많은 보험사일수록 비용 부담 증가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현재 처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공시이율 하향 조정 ▲자동차보험 할인 특약 폭 축소 ▲GA 수수료 지급 기준 변경 검토 등 다양한 자구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험업계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보험판매 경쟁 완화를 위한 업계 자생적 노력 및 보험료 상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보험사간 경쟁이 심화되며 보험사의 영리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며 “보험사간 경쟁 완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며, 또한 실손보험 및 자동차보험 등 정책성 상품의 경우 합리적인 수준으로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