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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럭셔리 라인업인 레인지로버의 대중화를 이끈 모델이다. 다부지면서도 우아한 디자인과 탄탄한 주행성능으로 고급스런 중소형 SUV를 원하는 고객에게 큰 인기를 끌어 왔다.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재규어랜드로버가 1세대 출시 이후 8년만에 내놓은 풀체인지 모델이다. 모던하고 세련된 쿠페형 SUV 디자인과 최첨단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개선된 연료 효율과 함께 이전 모델보다 넓어진 실내공간을 갖추며, 패밀리SUV로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완전히 새로워진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시승하며 본 모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력에 대해 경험했다. 시승코스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경남 창원까지 왕복 700km 구간이다.
시승 차량은 이보크 D180 SE모델이다. 2.0리터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은 9단 자동변속기와 어우러져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1.9km이며, 판매가격은 7580만원이다.
차체 크기는 현대차 투싼과 비슷하다. 전장은 4371mm로 투싼과 비교해 약 100mm 짧으나 전폭은 50mm 넓다. 전고도 1649mm로 차이가 거의 없다. 자동차의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인 축거도 2681mm로 투싼 대비 11mm 길다.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처음 대면하니 상위 모델로 분류되는 벨라가 연상된다. 슈퍼 슬림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와 벌집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벨라보다 더 가늘고 길게 디자인돼 날렵한 인상을 더한다.
측면은 벨라에서 선보였던 자동 전개식 도어 핸들이 똑같이 적용돼 매끈한 외관을 완성했다. 후면부는 상단과 중간, 하단으로 내려올수록 커지는 볼륨감에 콤팩트 SUV를 뛰어넘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안쪽부터 깊게 층층히 디자인된 리어램프는 입체감이 돋보인다. 이 역시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 뒤태의 매력을 살려주는 중요한 요소다.
운전석을 여니 보통 SUV와는 다른 길이감이 눈에 띈다. 문 하단은 플라스틱으로 한번 더 마감처리됐다. 오프로드에서 얕은 강을 도하할 때 문을 통해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수심 60cm의 도강능력을 확보했다. -
실내 디자인은 심플함 그 자체다. 센터페시아엔 공조기능을 포함, 전 기능을 디지털화하며 버튼을 최소화했다. 기어박스 주위에도 아무런 버튼을 놓지 않은 채 메탈로 마감처리, 고급함과 단순함을 살렸다. 버튼이 너무 없다보니 심심함이 느껴질 정도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2개의 디스플레이는 벨라의 그것과 똑같다. 상단 디스플레이를 통해선 네비게이션, 미디어, 전화 등의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하단에는 시트온도를 비롯해 공조기능과 주행모드를 담았다. 시트 온열기능은 있는데 통풍시트가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시동을 켜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콤팩트 SUV라 그런지 상위 모델을 시승하며 경험했던 그런 강력한 힘은 전해지지 않는다. 디젤모델임에도 작은 소음과 진동은 첫 출발에서부터 만족감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1세대에서 볼 수 없었던 오토홀드는 인상적이다. 사실 상위모델인 레인지로버에도 오토홀드가 탑재되지 않아 시내주행에서 불편함을 다소 겪었다. 하지만 고객들의 이런 아쉬움을 반영했는지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엔 다행히도 적용됐다.
오토홀드란 기어가 D인 상태에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어도 차가 나가지 않도록 잡아 주는 기능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저절로 브레이크가 풀린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며 속력을 올려봤다. 아쉽게도 이 모델에는 다이내믹모드가 적용돼 있지 않다. 따라서 컴포트모드에서 주행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야 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넘치진 않으나 꾸준한 힘이 전달된다. 속력도 그에 맞춰 점점 올라간다. 무엇보다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콤팩트 SUV를 뛰어넘는 안정감은 이번 시승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대목이다. -
소음도 잘 잡았다. 고속 주행 중에도 소음으로 인해 거슬린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 아무래도 다이내믹모드가 없다보니 쏘는 듯한 가속력은 2% 부족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설정은 더 편하고 쉽게 개선됐다. 주행 중 어느 때라도 핸들 우측 상단에 있는 'SET'버튼만 누르면 어댑티브 크루즈 모드가 적용된다. 보통 이 기능을 설정하기 위해선 두번 이상의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올 뉴 레인지로버는 한번으로 최소화했다.
반자율주행은 차선유지어시스트(LKA)가 적용됐음에도 차선 중간을 유지해 주지 못했다. 차선에 닿으면 스티어링에 진동이 전해지며 중간으로 밀어넣으려 하는 수준이다. 7000만원 이상 가격대의 차량인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반자율주행은 다소 아쉽다.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에는 잔디밭/자갈길/눈길, 진흙 및 요철, 모래, 암반 저속주행을 비롯해 브랜드 최초로 오프로드 크루즈 등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주행기능이 대거 탑재돼 있다.
전모델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2와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은 운전자를 오프로드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쉽게도 이번 시승에선 오프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본 모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시승하며 이전 모델과 비교해 다방면에서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고급스러워진 디자인과 최첨단 사양을 갖춘 올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4분기 프리미엄 콤팩트 SUV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