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부회장 주재 내달 1일 기념식 열어'실적부진',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지속이재용 부회장 불참… 26일 사내이사직서 물러나
  • 내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가 조용한 생일을 보낼 전망이다. 짙어지는 글로벌 경영환경 불확실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되며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달 1일 본사가 위치한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주재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50회 창립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 기념식은 이전과 크게 다를 것 없이 비교적 조촐하게 치러질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으로 태동했지만 삼성반도체통신 합병일인 1988년 11월 1일을 창립 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본금 3억3000만원으로 첫해 매출 3700만원으로 출발해 지금은 13만배 성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만큼 올해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의미가 깊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10년 전 40주년 기념식에서는 '비전 2020'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분위기 탓에 비전 발표나 별도의 행사는 갖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 및 일본과의 마찰 등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국정농단 사태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유례가 없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을 통해 사상 최대 매출 행진을 이어갔지만 올해는 상황이 역전된 상태다.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며 실적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일본과 외교 분쟁으로 반도체 소재 수입에 대한 어려움도 가중되며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며 불확실성은 더욱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경영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8월 말 대법원의 국정농단사건 파기환송 판결로 지난 25일부터 파기환송심이 시작됐다. 오는 12월까지 총 2번의 심리가 열리는 만큼 '경영시계 제로' 상황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지난 26일자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임기도 만료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삼성전자가 발빠른 혁신과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에 굵직한 인수합병도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지난 2016년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10조원에 인수한 이후 이 같은 대형 M&A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내놓은 대규모 투자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은 지난해 8월 2020년까지 3년간 180조원 투자 및 4만명의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에는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해 10년 동안 133조원을,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0일 충남 아산 탕정공장에 13조원 규모의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신규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창립 50주년 기념식 외에는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치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