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주유소 320곳 인수 추진…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동남아시장 겨냥, '국내 최초' 베트남 석유 저장기지 확보도
  • ▲ 현대오일뱅크. ⓒ뉴데일리경제DB
    ▲ 현대오일뱅크. ⓒ뉴데일리경제DB

    내년 초 기업공개(IPO)를 앞둔 현대오일뱅크가 국내외에서 거점 사업지 확보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동남아시아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염두에 둔 주유소 점유율 높을 높였다.

    7일 오일뱅크에 따르면 베트남 바리아붕따우성에 20만배럴 규모의 석유제품 저장 기지를 확보하고 동남아시아 지역 수출 확대에 나선다. 국내 정유사가 베트남에 석유제품 저장 기지를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일뱅크가 임차 계약한 바리아붕따우성 터미널은 외국인 사업자가 수입한 물품을 자유롭게 반출할 수 있는 베트남 최초의 민간 석유제품터미널이다. 베트남 경제중심지인 호찌민에 인접해 있으며 대형 유조선 접안이 자유로워 석유제품 수출기지의 최적지로 꼽힌다.

    오일뱅크는 이 터미널을 동남아 수출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트레이딩사를 통한 간접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베트남 국영 및 민간 유통회사, 직매처 등과 적극적인 직거래를 통해 수출을 늘리고 수익구조를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인접국가인 캄보디아, 라오스시장도 공략한다. 이들 국가는 정제시설이 부족하고 대형 항만시설이 없어 주로 이곳을 통해 석유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오일뱅크 측은 "현재 300만배럴 수준인 수출 물량을 내년에는 두 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2021년부터는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으로 수출제품도 다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일뱅크는 코람코자산신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전에 참여했고,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딜을 통해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324개를 인수하게 되면서 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됐다. 보유 주유소 수는 2542개로 늘어나 GS칼텍스(2387개)를 제치고 1위 SK에너지(3404개)에 이어 2위로 등극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딜은 단순 시장점유율 확대 차원이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 ▲ 현대오일뱅크가 임차 계약한 베트남 물류기지. ⓒ현대오일뱅크
    ▲ 현대오일뱅크가 임차 계약한 베트남 물류기지. ⓒ현대오일뱅크

    오일뱅크는 주유소를 단순히 연료를 충전만하는 곳이 아닌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저변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스타트업인 '메이크스페이스'와 업무제휴 계약을 맺고 전국 오일뱅크 직영주유소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셀프 스토리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 일환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쿠팡과 로켓배송 거점으로 주유소를 활용하는 물류 계약을 맺기도 했다. 현재는 단순히 물류 관련 사업과만 연계하고 있지만, 미래차 연료 공급과 비주유 관련 사업과의 연계도 활발히 이룰 것이라는 게 오일뱅크의 복안으로 해석된다.

    실제 SK네트웍스의 경우 플랫폼 비즈니스의 근거지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수도권 지역에 149개소(서울 49곳)의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오일뱅크는 71개소(서울 26곳)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 등 기존 주유 서비스에 더한 플랫폼 비즈니스 확산에 따라 도심 교통 요충지에 자리한 주유소 공간이 주목받고 있다"며 "향후 이 사업이 자리 잡을 경우 주유소라는 독특한 공간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기차 확산에 따라 도심 전기충전소 용지를 선점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기차의 경우 화석연료차와 비교해 충전시간이 길어 충전소 입지평가에 있어 주택가와의 접근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휘발유·경유는 물론, 액화석유가스(LPG), 전기차까지 모든 자동차용 연료를 한 곳에서 충전할 수 있는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을 울산에 설립했고, 지난 5월부터는 경기 고양시에도 복합에너지 스테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한 도심 지역 부동산개발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유소는 소위 '목'이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어서 요충지에 자리한 경우가 많은 만큼 주유소가 입지한 곳들의 경우 대부분 잠재 부동산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실제 재무적 투자자(FI)로 컨소에 참여한 코람코는 이번에 인수하는 주유소 가운데 수익성이 낮은 10여곳을 골라 영업을 중단하고 PF를 활용해 부동산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주유소는 편의시설, 상업시설 등을 추가해 복합주유소 형태로 수익성을 높인 뒤 이를 묶어 '주유소 리츠(REITs)'를 설립해 상장할 계획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성사된다면 아시아 최초가 될 전망이다.

  • ▲ 고명주 쿠팡 대표이사(좌)와 한환규 현대오일뱅크 영업본부장이 주유소 기반 물류거점 구축을 위한 전략적 제휴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 고명주 쿠팡 대표이사(좌)와 한환규 현대오일뱅크 영업본부장이 주유소 기반 물류거점 구축을 위한 전략적 제휴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이 같은 국내외 공격적인 행보가 내년 초로 예상되는 IPO와 연계된 움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5일 현대중공업지주는 다음 달 중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오일뱅크 지분(17.0%) 매각대금 약 1조4000억원을 받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신사업 추진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오일뱅크 상장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연초 아람코와 전략적 관계를 맺기 위해 오일뱅크 지분을 매각하면서 관련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상장을 보류했다.

    다음 달 매각대금이 들어오고 지분 관계가 확정되면 상장을 다시 추진할 절차적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람코에 지분을 매각해 유동자산을 확보함과 동시에 '아람코가 투자한 회사'라는 안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며 "주유소 점유율 2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해외 거점 저장기지도 확보하면서 기업가치도 한 층 더 높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속적인 부채 증가로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은 건설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3분기 연결 기준 오일뱅크의 부채는 모두 8조391억원으로 4년 전인 2015년 3분기 4조6276억원에 비해 73.7% 증가하는 등 3분기 기준 5년 연속 늘어났다. 부채비율 역시 2017년 3분기 107%에서 올해 3분기 153%로 지속 증가했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수익성은 증설 효과에도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 약세가 이어지고 정제마진이 안정화되면서 제한적인 수준에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여기에 상압증류공정(CDU), 감압증류공정(VDU) 설비 구축 및 중질유 복합석유화학공장(HPC) 신축 등 기타 공정 개선 투자 및 연 3000억원 수준의 배당을 감안할 때 재무부담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