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한진칼 수차례 매입… 지분 15.98%, 실질적 2대주주델타 등장에 멈칫… 아시아나 눈 돌렸다가 탈락내년 주총 앞두고 다시 한진그룹 지배구조 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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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처음 매입하며 항공산업을 휘젓기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됐다. 그동안 뚜렷한 성과 없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투자자 현혹에만 집중한 것. 이로 인해 항공산업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고, 시장은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KCGI가 한진칼 지분 9.0%를 매입했다고 공시한지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모펀드의 한계를 드러내며 항공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KCGI는 투자목적 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지난 2018년 11월 15일 한진칼 주식 532만2666주(9.0%)를 매입, 처음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위협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수 차례에 걸쳐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해 현재는 945만7252주(15.98%)를 보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단일주주로서 최대주주가 됐다. 故 조양호 회장의 지분이 가족들에게 법적 비율대로 상속되면서 어부지리로 수혜를 입은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6.52%)을 비롯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5.31%)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8.94%에 이른다. 경영권은 여전히 조원태 회장 일가에 있다.

    KCGI는 1년 동안 한진칼에 지배구조 개선과 높은 부채 비율 등을 지적해왔다. 사외이사를 추천했고 적자 사업 정리 등을 요구해왔다. 얼핏보면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나타난 '정의의 기사' 같지만, 물컵 사건 등으로 갑질 오명을 쓴 한진그룹의 빈틈을 노려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심산이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진칼 주가가 오를 경우 차익 실현을 하려는 의도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KCGI 입장에서는 복병이 나타났다.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맡게 되면서 경영권 확보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올해 6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고, 지분율을 1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 실제로 8월과 9월에 지분을 추가 매입해 591만7047주(10.0%)를 보유하게 됐다.

    40%에 육박하는 오너 일가 지분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지금만큼의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더 이상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요인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잠잠하던 KCGI는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공고를 앞두고 인수전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대한항공 경영권 확보가 힘들어지니까 이번에는 아시아나항공에 눈독을 들인 것.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며 투자자들을 현혹시킨 셈이다.

    기본적인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해 이 역시 무산됐다. 재무적투자자(FI)에게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기본적인 원칙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KCGI는 전략적투자자(SI) 없이 뱅커스트릿 PE와 컨소시엄을 이뤄 본입찰에 참여했고, 자격 미달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제외됐다.

    처음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는 목적과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됐던 KCGI는 망신만 당한 채 고개를 떨궜다.

    그러더니 이제 다시 대한항공 흔들기에 나섰다.

    KCGI는 지난 15일 한진칼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선에 제동을 걸며, 거버넌스위원회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를 지적하며 주주로서 경영간섭을 하고 있다. 내년 주총을 앞두고 최대한 목소리를 내며 입지를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KCGI의 무차별적인 항공산업 휘젓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라며 “항공산업 규제와 일본 관광객 급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에 피해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2018년 11월 15일 종가기준으로 2만4750원이던 한진칼 주가는 올해 4월 15일 4만9800원까지 치솟았다. 3월 27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이 실패했고, 4월 8일 조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 체제로 상황이 수습됐고, 경영정상화 과정을 거치면서 폭등했던 주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현재는 지난 15일 종가 기준으로 3만3300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