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금액지수 11개월 연속 하락가격 회복 지연 속 '홍콩 시위' 악재 겹쳐올 투자 줄인 삼성·SK, 내년도 투자 감소 예고
  • ▲ 자료사진. ⓒSK하이닉스
    ▲ 자료사진. ⓒSK하이닉스
    반도체 가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對) 중국 수출의 주요 거점인 홍콩의 시위 사태 장기화로 지정학적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는 등 불리한 업황이 지속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내년에도 투자에 소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금액지수는 110.97로, 전년 동기 대비 15.5% 하락했다.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낙폭은 전월 -12.7%보다 확대됐다.

    수출금액지수의 하락세는 반도체 가격 부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4GB 디램 현물가격은 지난해 6월 4.1달러에서 이달 1.79달러까지 하락했다. 낸드플래시도 같은 기간 3.62달러에서 2.32달러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1% 감소한 79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으로 촉발된 홍콩시위 사태로 중국과 홍콩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제4위 수출국으로 336억달러의 반도체 수출을 기록, 전체 반도체 수출액의 26.5%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중국 수출 거점으로 활용되면서 80% 이상이 중국으로 재수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지역이다.

    중국과 홍콩 간 관계 악화로 홍콩의 대중국 수출이 급감할 경우 반도체의 수출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홍콩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구조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홍콩 수출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4분기 동안 감소하며, 총수출은 대홍콩 수출이 감소하면서 5분기 동안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국과 홍콩 관계의 급격한 변화가 가져올 위험요인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반도체 업계에 먹구름이 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사업은 대외환경 등에 따른 메모리 수요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과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이 밝힌 '탄력적 투자'가 사실상 투자 규모 축소로 풀이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모두 올해보다 감소하고 투자도 올해보다 상당 수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 축소를 예고했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기준 누계 영업이익 2조4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9% 감소하는 등 반도체 불황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보유 현금도 반토막 수준인 1조2031억원에 그쳤다. 업계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재무상황도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이들은 올해도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들어 3분기까지 유형자산 취득에 투입한 금액은 17조4829억원으로, 전년 동기 23조7158억원 대비 26.3% 줄었다. SK하이닉스 역시 소폭 감소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관련해 여러 전망들이 나오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의 업황은 예측하기 어렵다"며 "다만 재고수준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내년 투자도 올해보다는 줄어들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