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엔비디아 2탄 강행 … '정권 쌈짓돈'비판 기업·금융권 돈 각출 불가피 … 피해는 국민이자금 왜곡 현상 우려 … 해외 자본 이탈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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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국부펀드' 조성론에 기업들이 초긴장 상태다. 앞서 'K 엔비디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한 것으로 국가가 주도하는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취지는 인공지능(AI), 방위산업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지원하겠다는 것이지만, 막대한 조성자금을 조달할 계획부터 불투명하다 보니 결국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규모도 취지도 불확실 … 정권 쌈짓돈 될라민주당이 추진 중인 국부 펀드는 국가 주요 성장 산업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고, 기업과 금융회사, 개인투자자 등을 유치해 조성하는 개념이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조성한 뉴딜 펀드가 있다.20조원 규모의 국민 참여형 펀드로 초기에는 완판되는 흥행을 거뒀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조성 후 몇년간 반짝 수익율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선 상품이 적지 않다. 반일 감정을 기폭제로 삼은 필승코리아 펀드도 반짝 인기를 얻어지만,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수익률이 부진해진 상태다.이재명 캠프는 국민 펀드 규모를 50조원 가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공약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뉴딜 펀드보다는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때문에 과거 국부 펀드보다 공격적인 투자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부작용도 우려된다.공격적인 투자는 정권의 입맛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 자산을 이용해 정권이 투자 방향을 쥐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공공자금을 투입한 후, 펀드 구조 속에서 정부 주도 하에 자금 운용을 하겠다는 것은 ‘정부 주도, 국민 책임’이라는 전형적인 관제 모델로 귀결된다. 실제로 과거 조성됐던 국부 펀드가 입은 손실은 언제나 국민 몫이었고, 정부는 책임지지 않았다.민주당 정책위와 외곽 싱크탱크가 작성한 30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빠져 있다. 특히 펀드의 법적 구조, 회계 처리, 손실 보전 메커니즘조차 불투명한 상태에서 국민 자산을 대규모로 유입시키겠다는 구상은 무모하다는 지적이다.한 투자 전문가는 “이건 국부펀드가 아니라 정치자금을 제도권에서 정당화하겠다는 구상에 가깝다”며 “정권이 만든 판에 국민이 투자자로 끌려가는 구조는, 민주주의가 아닌 동원체제”라고 경고했다.한 경제단체 고위 간부는 "말이 국민펀드지 어차피 기업들과 금융권 돈을 각출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대통령의 말에 기업들의 희생이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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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뉴데일리DB
기업 돈줄 말랐는데 … 구축 효과로 자본시장 왜곡정책적으로는 전략 산업 육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시장에 존재하던 민간 자금이 정권 펀드로 빨려들면서 자본 시장을 왜곡하는 '구축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돈줄은 극도로 메마른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상장사의 단기차입금은 369조4315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52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차입한 돈도 6조원에 달한다. 기업들이 예상했던 실적에 미치지 못하자 현금흐름에 차질이 생겼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참여형 펀드라는 이름으로 수십 조 원 규모의 자금을 빨아들이면, 민간 기업, 특히 벤처·중소기업은 자연스럽게 투자 유치 기회를 잃게 된다. 금융사와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도 정권이 보장한 정책펀드로 유입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민간 투자는 극도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산업 생태계 전반의 자금 흐름이 왜곡되고, 모험자본은 메말라 버리는 셈이다.왜곡된 자본시장은 기업들을 정책에 줄 서게 하고, 균형 발전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국가 자본 배분 효율성을 전반적으로 훼손하는 중대한 리스크다. 국부 펀드가 정권이 의도한 산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건강성을 말라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왜곡은 단기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10년 뒤 성장할 기업, 기술, 산업을 고사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산업이 자연스럽게 고사돼 시장 전체의 건강성을 망가뜨리고, 진짜 혁신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여권 고위 관계자는 "자본시장이 왜곡되면 해외 자본이 우리 시장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져 투자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사실상 성장이 불가능한 기업 때려잡기식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
- ▲ 2020년 뉴딜 펀드를 추진한 문재인 정부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뉴데일리DB
'주52시간 예외’도 반대하면서 …재계에서는 국부 펀드 조성 보다 기업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투자 환경을 만드는 것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민주당은 당장 주52시간제 예외 규정을 뺀 반도체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채택했다. 글로벌 주요 테크 기업 중 '9 to 6'로 근무 시간을 못 박은 곳은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경쟁하는 엔비디아의 경우 알려진 근무시간만 주7일, 80시간이 넘는 고강도 근무환경으로 유명하다.전영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부회장은 지난달 정기주총에서 "현재 법으로는 핵심 개발자들이 연장 근무를 더 하거나 더 많은 연구 시간을 집중하고 싶어도 개발 일정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재계의 한 인사는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민영화 방안을 찾아도 모자랄 판에 적든 많은 정부가 대주주가 돼 기업을 키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다분히 사회주의적"이라며 "이런 식의 발상으로 기업의 창의적 투자와 아이디어를 원한다는 것은 연목구어(나무에서 고기를 잡겠다는 것)나 마찬가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