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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벌그룹(대기업집단) 3곳중 2곳이 계열사로부터 상표권(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사용료 거래 규모는 1조3000억원쯤으로, 경쟁 당국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시대상 59개 대기업집단과 소속회사 2103개를 대상으로 상표권 사용료 거래내용을 분석한 결과 거래 규모가 1조3000억원쯤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상표권 사용료 거래내용은 지난해 4월 고시개정 이후 처음으로 공개됐다.
조사대상 59개 대기업집단 중 89.8%에 해당하는 53개 집단에서 계열사와 상표권 사용거래가 있었다. 35개(66%) 기업집단의 52개 소속회사는 446개 계열사로부터 1조2854억원을 받고, 43개 기업집단 소속 43개 회사는 291개 계열사와 무상으로 상표권 사용 거래를 했다.
상표권 사용료가 가장 많은 대기업집단은 엘지(LG)로 2684억원이었다. 에스케이(SK) 2332억원, 한화 1529억원, 롯데 1032억원, 씨제이(CJ) 978억원, 지에스(GS) 919억원 등의 순이었다. 삼성은 105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룹별로 상표권 사용료 수입액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지급회사 수와 사용료 산정기준, 산정기준 비율(사용료율)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상표권 사용료를 내는 계열사 수는 SK가 64개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롯데(49개), 한화(23개), 케이티(KT·22개), GS(21개) 등이었다.
유상 거래를 통해 사용료를 받은 '수취회사' 49개 중 48.9%인 24개 회사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사익편취규제대상 회사에 해당했다. △삼성물산 △LG △SK △CJ △GS △HDC △미래에셋자산운용 △아모레퍼시픽그룹 △동원엔터프라이즈 △중흥토건 △세아홀딩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AK홀딩스 △효성 △코오롱 등이다.
수취회사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에서 상표권 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한국타이어와 CJ 지주사의 경우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매출의 절반을 넘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매출액의 65.7%, CJ는 57.6%가 상표권 사용료였다. 그룹의 상표권 거래가 총수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
이날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공시의무 위반 내용도 공개했다.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등을 어긴 기업집단은 35개 그룹 121개 회사로, 총 163건을 위반해 9억5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룹별로는 △중흥건설(15건·7100만원) △태영(14건·2억2500만원) △효성(9건·1억4100만원) △태광(9건·5800만원) 등의 위반 사례가 많았다.
대규모 내부거래공시는 34개사가 50건을 위반해 과태료 5억5900만원을 부과했다. 46%인 23건은 차입거래 등 자금거래를 하고도 공시하지 않은 경우였다. 사익편취규제대상(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 회사의 위반이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기업집단 현황공시는 83개사가 103건을 어겨 과태료 3억7200만원을 매겼다. 이사회와 주주총회 운영 현황 등 재벌 지배구조와 관련한 위반이 대부분이었다.
비상장사공시는 9개사가 10건을 위반해 2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