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이슈 터질 때마다 유가 '출렁'중동산 수입 4년새 10%p 이상 줄어
  • ▲ 자료사진.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전쟁 발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미국과 이란간 충돌로 연초부터 유가가 뛰면서 국내 정유사의 원유 수급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국내에 원유 수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원유 수입국 다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해진 국가와 정해진 유전에서 들여오는 건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15년 81.8%에서 지난해(1~11월) 70.3%로 10%p 줄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84.4%까지 치솟다가 2017년 81.3%, 2018년 73.4%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정유4사 중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중동산 의존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의 중동산 비중은 2018년에도 50%를 소폭 웃돌았으며 지난해에는 40%대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미국뿐만 아니라 과거 이란 의존도가 높았던 콘덴세이트(경질유) 수입을 북유럽과 서아프리카 등지로 대체하면서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당장 수급이나 손익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이번 사태가 국제유가 전체에 미칠 영향은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이 셰일가스 수출을 본격화하면서 미국산 비중은 같은 기간 0.3%에서 12.7%까지 뛰었다. GS칼텍스의 경우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이 2018년 9.5%에서 지난해 상반기 17.8%로 증가했다.

    가격 면에서도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5달러 이상 저렴해 수익성 측면에서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지난 1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59.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는 66.1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정유업계는 영향을 받지 않을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지정학적 불안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승 고려대 교수(국제학부)는 "전반적인 날씨는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나, 필연적으로 난기류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며 "어떤 난기류를 통과해야 하고,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하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은 가장 큰 지정학적 위험요인을 미중 갈등으로 꼽지만, 에너지로 국한시키면 중동으로 귀결된다"며 "압도적인 원유 물량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전면전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미국과 이란간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중동으로부터 원유를 들여올 때 호르무즈를 거쳐야 하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 최대 피해국이다.

    이종현 S&P글로벌플래츠 박사는 "미국 셰일오일 생산 급증에 따라 글로벌 원유 공급이 경질화되고 중질원유 수급은 타이트해져 석유시장에서 유질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둔화되고 가격 스프레드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유업계로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물량을 확보하고 석유제품 수요 경질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비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너경제연구원은 올해 두바이유 가격을 배럴당 50달러 초반에서 70달러로 예측했다.

    이달석 연구원 본부장은 "국제유가는 예년 수준의 수요 증가와 중동 국가들의 추가 감산에도 미국 등 비OPEC(석유수출기구) 생산 증가로 과잉공급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가에 영향을 크게 줄 수 있는 세 변수로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 속도 △미중 무역 분쟁 전개 △OPEC 감산 준수율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