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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지분 매입에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복잡한 셈법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조 회장의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올 3월 정기주총에서 주요 주주들의 합종연횡에 따라 한진칼 경영권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지난 12월에 한진칼 지분 약 1%(200억원 규모)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사업 협력 차원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입 했으며, 경영권 참여 의지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더 혼탁해지는 경영권 다툼에 이른바 제3의 플레이어들이 많아지는것에 우려하고 있다. 즉,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카카오는 백기사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KCGI 17.29%, 델타항공 10.0%, 반도건설 8.20%(의결권 기준),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국민연금 4.11%, 카카오 1.0% 등으로 구성됐다.
여기서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세력으로는 우선 KCGI를 꼽을 수 있다.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명분으로 경영권 흔들기에 신호탄을 쏘아올린 KCGI(강성부펀드)는 사모펀드로서,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이며 가장 위협적이다.
조원태 회장의 누나이면서 한진家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왔다. 조원태 회장이 아버지인 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대로 공동경영을 하지 않고 있다며 법률대리인을 통해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가장 아프고 치명적인 반대 주주이다. 가족간 경영권 다툼으로 비춰져 모양새가 좋지 않아서다.
반도건설 역시 꾸준히 지분 매입을 늘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단순 투자 목적에서 경영 참여로 보유 목적을 변경했다. 역시 공개적으로 경영권 참여를 명분으로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단순한 시세차익을 넘어 한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개발 관련 사업들에서 추가적인 노림수가 예상된다.
특히 최근에 조현아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과 만나 향후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행보가 반대세력 결집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이들의 한진칼 지분율 합계는 31.98%이다.
그나마 조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는 조인트 벤처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델타항공과 향후 사업 제휴를 추진하는 카카오가 백기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을 비롯한 백기사들의 지분율 합계는 17.52%이다.
여기에 정석인하학원 2.14%, 일우재단 0.16%, 정석물류학술재단 1.08%까지 더하면 20.90%가 된다. 반대 세력에 비해 지분율이 크게 부족하다.
따라서 조 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과 동생인 조현민 전무가 누구 손을 들어주는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 모녀는 현재 평창동 자택에서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 역시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의 지분율 합계는 11.78%로, 조 회장을 지지할 경우 32.68%로 근소한 차이로 반대 세력을 앞서게 된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어머니와 동생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박빙으로 표대결이 간다면 국민연금의 행보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이 최종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구도가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확실하고 결정적인 것은 가족들간 극적인 화해를 통해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을 다시 끌어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어머니와 동생도 조 회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면서 한진칼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서운함과 배신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조 전 부사장이 마음을 열고 조 회장 손을 잡을지는 단언할 수 없다. 그만큼 공동경영에 대한 역할을 줘야 하는데 경영복귀에 대한 임직원들의 반발이나 여론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카드는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더 내놓는 것이다. 이미 한진칼은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 및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신설하기로 결의하는 등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추가적으로 꺼낼 카드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지막으로는 델타항공이나 카카오 등이 지분 매입을 늘려서 우호 세력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백기사를 등장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역시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정기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지켜낼지, 지켜낼 방법으로 어떤 카드를 선택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