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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다.
보험 매물 '대어'로 불리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후보로 국내 대표 금융지주와 사모펀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더케이손해보험도 매물로 나와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에 나선 상태다.
이달 중 중국 금융당국의 위탁경영이 종료되는 동양생명, ABL생명도 시장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주요 보험사들이 연이어 시장 매물로 나오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작년 말 M&A 시장에 나온 푸르덴셜생명이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자산규모 약 20조원인 푸르덴셜생명은 작년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515.04%를 기록 중이다.
다른 보험사보다 재무건전성이 높아 매각가는 약 2조원대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예비입찰에선 KB금융지주를 비롯해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경쟁자 중에선 KB금융의 의지가 남다르다. 본입찰을 앞두고 전략 수립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T)도 가동한 상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며 "신중하게 접근하되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생보사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KB금융이 계열사인 KB생명(자산 10조원)과 푸르덴셜생명을 통합할 경우 생명보험업계 10위권 진입도 가능해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를 보다 견고하게 갖출 수 있다.
알짜매물로 꼽히는 더케이손해보험은 하나금융지주가 점찍어둔 상태다.
하나금융은 작년 11월 더케이손보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으며, 지난달 20일 열린 이사회에서 더케이손보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하나금융은 새로운 고용안정협약을 제시했지만 더케이손보 노조가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주식매매계약 체결이 미뤄지고 있다.
더케이손보는 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한 회사로 2003년 자동차 전업 보험사로 출범해 2014년 종합손보사로 승격했다. 더케이손보는 종합손보사의 라이선스를 보유한 점과 교직원 등 고정 고객군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는 손해보험사다.
더케이손보가 하나금융 품에 안길 경우 금융 계열사와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창출해 외형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KDB생명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KDB생명의 자산 규모는 업계 13위지만, 부채를 뺀 자본규모가 1조원대에 그치는 데다 RBC 비율도 200% 수준에 머물러 있어 큰 관심은 받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달까지 KDB생명 매각에 실패할 경우 금융지주사법 및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 전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안방보험이 대주주인 동양생명·ABL생명도 이달 중국 정부의 위탁경영 종료를 앞두고 잠재 매물로 떠오르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2018년 중국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에 대해 위탁경영에 들어간 이후 매각설이 불거졌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이달 중 위탁경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민영화될 예정이다. 자산규모 6위인 동양생명과 12위인 ABL생명을 합병해 매각할 땐 업계 순위도 단번에 변하게 된다.
보험사들이 잇따라 시장 매물로 나오는 것은 국내 보험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보험업계는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는 2022년까지 자본확충에 나서야 한다. IFRS17 도입에 따라 자본확충 부담을 안게 된 보험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영국계 PCA생명도 매물로 나와 2017년 미래에셋그룹 품에 안겼고, 작년 초 미래에셋생명에 흡수 합병됐다. 당시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과 통합하면서 단번에 자산규모 5위로 올라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와 환경 변화로 시장 매물이 나오고, 인수 합병되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성장성이 떨어진 외국계 보험사들이 계속해서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