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각해지는 중국 현지상황, 내수는 어찌해도 수출 하락은 어떡하나사스보다 韓경제 타격 클 듯… 설명절 이후 경제 관계회의만 30차례 달해국무총리·경제부총리 거듭되는 현장行… '뭐라도 해야' 절박한 인식 팽배
  • ▲ 중국행 화물들이 발이 묶이면서 주요 부두 장치장이 포화상태에 육박했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연합뉴스
    ▲ 중국행 화물들이 발이 묶이면서 주요 부두 장치장이 포화상태에 육박했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연합뉴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감당하면서 헤쳐나가야 할 일들입니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고 건너야 할 강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참석한 장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중국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우리 경제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면서다.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의 표정도 심각했다. 이번 사태에 사활을 걸지 않으면 죽는다는 비장함까지 감돌 정도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문제는 사태는 엄중해지는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 대책특위를 꾸린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얼어붙는 내수는 재정투입으로 어떻게든 부양한다 하더라도 수출과 그에 연관된 산업이 문제"라며 "날로 심각해지는 중국 현지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도 어찌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이 당직자는 "정부가 수출판로 다변화를 위해 신북방·신남방정책을 꾸준히 추진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경제에 중요한 축으로 중국의 피해가 커질 수록 우리가 입는 피해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을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 중국행 화물들이 발이 묶이면서 주요 부두 장치장이 포화상태에 육박했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연합뉴스
    실제로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사태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2003년 사스 사태 당시의 타격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중국이 세계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15.9%(2018년 기준)에 달한다. 26%에 달하는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비중도 2003년에는 18% 안팎이었다.

    사스 당시에는 한국도 타격이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성장이 둔화되는 수준이었다. 2003년 한국 수출은 전년대비 19.3% 상승했다. 사스가 빠르게 전파됐던 3월과 4월 일부 수출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오름세는 꾸준히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경제력이 성장한 만큼 올해 신종 코로나의 경제적 여파는 사스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세계 총생산이 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세계 성장률 반등은 내년에나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정부와 경제부처에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외부변수가 좋아지길 기대하며 손놓고 있다가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수출이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지난해 국가 성장률은 2.0%를 턱걸이 했다. 그래도 성장세는 유지했던 2003년 사스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문제인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설명절 이후 우한 폐렴과 관련한 경제관련 공식 회의만 12차례 참석했다. 녹실회의 등 비공개 일정이나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과 구윤철 제2차관 등이 참석한 회의까지 합치면 30개가 넘는다.

    특히 중국 우한 현지에서 교민들을 전세기로 귀국시키고 국내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난 이번달 들어서의 행보는 더욱 바빠졌다.

    홍 부총리는 월요일인 지난 3일에는 아침 8시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오후에는 동화면세점과 서울 명동 등 현장을 방문했다.

    화요일인 4일에는 오전 비공개 녹실회의에 참석하고 곧바로 청와대 국무회의로 향했다. 수요일인 5일은 오전 경제관계 장관회의 겸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었고, 오후에는 연안여객 해운업체와 전남 목포 조선사 현장을 찾는다.

    오전에는 부처 회의를 열고 오후에는 현장을 찾는 행보를 매일 반복하는 셈이다.
  •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을 방문해 마스크, 세정제 등 위생용품 수급을 점검하고 있다.ⓒ기재부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3일 서울 중구 명동을 방문해 마스크, 세정제 등 위생용품 수급을 점검하고 있다.ⓒ기재부
    정세균 국무총리도 마찬가지다. 총리가 현장 일선에서 정부를 총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줘 국민동요를 조금이라도 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 총리는 5일 당초 방문할 예정이었던 5G 장비업체 일정을 취소하고 신종 코로나 진단시약 제조업체로 발길을 돌렸다. 정 총리가 방문하는 이 업체는 신종 코로나 진단을 위해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까지 샘플을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민간에서 6시간 이내에 검사할 수 있는 시약을 개발한 곳이다.

    정 총리는 4일에도 소상공인 집적 지역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아산·진천 우한 교민 격리시설 실무자들과 전화통화로 상황보고를 받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하자는 기조로 일하고 있다"며 "중국 현지 상황이 예상외로 심각해 우리 경제에 피해는 피하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독려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