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 IT 자회사들이 지주의 디지털 전략 시행을 위한 역할을 소화하는 동시에 모(母)은행의 그늘 막을 벗어나 독자생존 길을 모색하며 변화의 소용돌이를 맞고 있다.
신한, KB,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도 일제히 신년 목표로 그룹차원의 디지털 금융회사 전환을 꼽았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FIS와 하나금융티아이, 신한DS, KB데이타시스템, IBK시스템 등 금융지주 내 IT자회사들의 역할과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 디지털금융 역량 확보에 사활, 조직혁신
금융지주사들은 IT 통합과 조직개편을 통한 성장엔진을 가동했다. 디지털 관련 부서를 신설-확대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은행 임원이 IT자회사 임원을 겸직하면서 그룹 시너지 증대에 힘쓰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지주 계열사의 IT자원을 통합운영하고 관리하기 위한 ‘그룹 공동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클라우드는 개별 시스템을 통합해 서버·네트워크 등 IT자원을 필요한 만큼 신속하게 할당하고, 사용 후에는 회수해 여유 자원을 그룹사가 재사용·공유하는 IT 시스템이다.
또 지주사와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에프아이에스 등이 참여하는 공동 TFT를 구성했다. 우리금융 IT 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가 그룹의 IT SSC(Shared Service Center)로서 공동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도 일찌감치 지주 IT 자회사인 하나금융티아이를 통해 그룹 공용 클라우드 플랫폼인 ‘하나클라우디아’를 운영 중이다. 그룹 전 계열사가 이 플랫폼을 통해 IT산출물을 공유, 활용하고 있다. 또한 하나금융 계열사의 IT 직원들이 소속을 하나금융티아이로 전환하는 등 IT 인력 교류도 활발하다.
올해는 디지털 비전으로 ‘2020 고객 중심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를 설정해 추진 중이다.
그러나 IT 조직을 통합하고 재구성하는 SSC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다. 예를 들면 금융지주 소속 계열사와 IT자회사의 IT 인력 교류인데, 일부 은행 직원이 IT자회사로 인위적으로 이동하면서 직위와 처우가 달라져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는 그룹의 IT 조직과 자원을 한 팀처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편, IT 자회사들은 모회사와의 시너지로 몸집을 키우면서도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변신 중이다. 경영환경과 기술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외부 시스템통합(SI) 사업 비중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나금융티아이와 우리에프아이에스, IBK시스템 등은 아직까지 미미하긴 하지만 외부기업들의 굵직한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수주하면서 외부 사업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클라우드-마이데이터 시대 준비, IT자회사 수혜 기대
클라우드 도입과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통과 등 규제 혁신으로 핀테크 기업 뿐 아니라 IT 자회사들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비중요정보시스템 이외의 금융정보도 외부 클라우드 환경에서 위탁 관리가 가능하도록 클라우드 규제를 완화했다. 사실상 완전한 클라우드 개방에 가깝다.
지난 1월에는 가명정보로 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고 개인신용정보이동권을 기반으로 마이데이터 산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하는 데이터 3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개인의 분산된 금융정보를 한 곳에 통합해 금융자문과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등 마이데이터 사업이 공공-금융분야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다만 클라우드 개방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금융위협 늘어날 것을 대비한 보안시스템 고도화는 풀어야할 과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IT 자회사는 그룹 내 보유한 고객 정보를 이용해 적극적이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금융정보보안과 공용 클라우드, 시스템 개발-운영-관리 등 금융 IT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