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독립 VS 책임경영 의견 갈려"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 누가될 지 아무도 모른다"LG·GS 외 10대그룹 총수들 대부분 안맡아
  •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현대차그룹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현대차그룹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1년만에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차기 의장을 누가 맡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물려받을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전문경영인 중에서 선출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일 현대차와 재계에 따르면 내달 19일 열리는 현대차 정기주주총회에 김상현 재경본부장(전무)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고, 최은수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재선임되는 안건이 상정된다.

    기존 현대차 이사회는 총 11명이다.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의선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사장,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 사장 등 5명의 사내이사와 이동규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이병국 이촌세무법인 회장, 최은수 대륙아주 고문변호사. 윤치원 전 UBS 아시아태평양 회장, 유진오 전 캐피탈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 6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정몽구 회장과 최은수 고문변호사가 내달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정몽구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 하지 않기로 했고, 김상현 재경본부장을 신규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정몽구 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서 회장 역할을 지속할 예정이다. 최은수 고문변호사는 재선임하기로 의결돼,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상정됐다.

    이에 따라 내달 19일 정기주총에서 이사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김상현 전무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고, 최은수 고문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재선임된다.

    가장 큰 관심은 이 다음 절차다. 이사회 의장은 주총에서 새롭게 구성된 멤버들이 그날 곧바로 진행되는 이사회에서 회의와 토론을 통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차기 의장으로 낙점될 수도 있고, 다른 이사회 멤버 중에서 의장이 선출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에서 결정될 사안”이라며 “누가 선출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보다는 이원희 대표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사외이사 중에서 의장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이같은 관측은 최근 트렌드가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주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 등에 관심이 많다”며 “이런 추세를 반영해 대기업들도 총수 대신에 전문경영인 또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대기업 중에서 총수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이상훈 사장이 의장을 맡아왔다. 최근 이상훈 사장이 법정구속되면서 의장직에서 사임, 차기 의장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총수가 맡지는 않고 있었다.

    SK그룹 지주사인 SK(주)도 최태원 회장이 아닌 염재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도 신동빈 회장이 아닌 황각규 부회장이 의장이다. 한화그룹의 모태기업이자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한화도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옥경석 사장이 의장직을 수행 중이다. 현대중공업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지 오래됐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때문에 권오갑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최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진그룹 역시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변화를 결정했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대표이사가 맡도록 돼 있는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함으로써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내달 정기주총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아닌 다른 이사회 멤버 가운데 의장이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10대 그룹 중에서는 오너 기업이 아닌 포스코를 제외하고 LG그룹과 GS그룹만 총수가 의장을 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총수가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2018년 LG그룹 회장에 취임한 구광모 회장은 (주)LG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GS그룹도 허창수 회장이 의장을 겸하고 있었다. 지난 연말 허 회장이 15년만에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밝혔다. 다만 내달 열리는 주총 전까지는 아직 허 회장이 (주)GS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주)GS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공식 승계는 절차에 따라 내달 열리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지며, 허태수 회장이 (주)GS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